매거진 산문집

화장실과 거미

아무 것도 아니야

by Anndrew

집 화장실엔 거미가 댓 마리 산다. 근 한달 새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한 마리씩 머릿수가 늘었다. 최근엔 새끼 거미처럼 보이는 녀석까지 등장했다. 당분간은 방관할 생각이니 그 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백열등 바로 옆에 서식하는 놈도 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다.


거미는 익충으로 알려져 있다. 거미줄을 펴고 모기 따위의 해충을 제거한다. 여타 벌레처럼 부산스레 움직이지도 않는다. 미동없이 제 자리를 지킨다. 천하태평하다.


그럼에도 눈을 부라리고 거미를 없애려고 하는 까닭은 그 징그러운 다리와 모양새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도 그러기 힘든 것처럼, 어떤 대상에게 연민과 동정심,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기란 참 힘든 일이다.



요즘, 화장실에 들어서면 거미를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거미를 보며 해소한다. 두려움은 결코 무엇도 해치지 못한다. 두려움을 샅샅이 훝어본다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리라.


또, 거미를 보며 하루를 다짐한다.

편견없이 사람을 보는 하루가 되기를, 누군가를 겉모습이 아닌 그의 행실에 주목하는 사람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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