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살면서도 대학 다니면서 통학을 고집했다. 하루에 전철에서만 2시간을 머무르다 마지막 학기에만 우연한 기회로 자취를 했다. 자취가 이리 좋은 것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신도림에서 2호선 타고 학교까지. 돌아올 때는 학교에서 신도림을, 다시 1호선으로 환승하여 집으로 돌아온다.
전철을 탈 때의 피곤함은 서서갈 때 한층 심하다. 온갖 짜증이 몰려온다.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며 앉을 자리를 물색한다. 만만한 상대를 찾는 것 같은 기분이 달갑지는 않다.
그래도 서서 갈 때의 즐거움이 하나쯤은 있다. 당산역과 합정역 사이는 다리 위를 지난다. 이 때 한강 뷰를 30초간 볼 기회가 있는데, 서서 가야 찬찬히 한강 어귀를 뜯어볼 수 있다. 봄에도 겨울에도 한강은 맑고 투명하며 아름답다. 나는 그곳에서 서있음의 가치를 찾는다.
창밖에는 때로는 오리도 있고, 물살의 흐름도 볼 수 있으며, 녹색 공원, 그리고 사람들도 있다. 그 전경이 잘 어우러져 있다. 조화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서서봐야 더 잘 보인다.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때로는 불행이 연속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다리는 연약하기에 서있는 채로 그 어려운 시간을 보낼 의지가 약해진다. 집을 나오는 것도 들어가는 것도 끔찍하다.
그래도 이 세상은 안 좋은 일들로만 가득차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운 없이 2시간을 서서 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합정역 창 밖을 즐길 자유가 주어져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