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이사 전 날

이불을 덮으며

by Anndrew


이사를 간다.


부천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자라고 성장했는데 22년만에 거주지를 옮긴다.



유년기의 추억도 학창 시절 기억도

이 도시에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떠나 주저한다.



학교를 다니며 부천 사람 만나면 더 챙기고 싶고, 귀가 방향만 같아도 그 사람에게 애착이 갔으니 나는 지연에 약한 사람인가 보다.





잦은 보일러 고장으로 따뜻한 물 한번 쓰기어렵고 여름엔 다습, 겨울엔 건조 바람 잘날 없다.


집에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우수수 떨어지면 신발에 은행 냄새 배어 고역이었다. 맞은편 중학교는 대학의 이른 방학 아랑곳없이 매 시간마다 종이 울려 단잠을 방해하곤 했다.



그럼에도 진한 아쉬움에 잠긴 이유는, 그 곳이 가족끼리 도란도란 티비보던 공간이기 때문이고


친구들을 초대해 밤을 지새우던 아랫목이어서이고


부모님이 주무실 때만 되면 내 방문을 닫고 밤새 친구와 게임하던 공간이어서이다.





을 정리하는 3일 걸렸지만

미련과 아쉬움을 정리하는은 얼마만큼 걸릴지 모르겠다. 마음이 한산하다.



이부자리에서 눈이 잘 안 감긴다.

왜 구태여 낡은 시계를 차는 지 알 것 같다.



-13년,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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