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 끊기
클릭 한 번이면 먹고 싶은 음식이 오는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배달음식 끊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체중이 갑작스럽게 증가하기 전까진 말이다.
체중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컨디션이 안 좋아진 것을 느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면 건강한 음식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정크푸드 위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배달음식을 끊기로 다짐했다. 배달음식에 한해선 줄이는 것보다 끊는 게 쉬웠다.
충동적인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에 조금이라도 허락하게 된다면 참기 더욱 힘들어지니까.
배달음식을 끊기로 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중독 탈피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만들어먹기 귀찮아질 때마다 배달음식을 찾는 굴레에 갇히는 게 싫었다.
혼밥을 자주 먹는 나에게 배달음식은 큰 즐거움인 동시에 회피 수단이기도 했다.
요리해 먹기 귀찮을 때,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일이 바쁠 때 등 일상 속 회피하고 싶은 순간마다 배달음식을 찾다 보니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특정 무언가로 순간을 회피하면 더 크게 갇히는 것 같다.
배달음식을 다 먹고 나면 공허함은 커지고, 그렇다 해서 계속해서 배달만 시킬 수도 없는 노릇.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으니까.
그래서 내게 있는 모든 중독에서 하나씩 벗어나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게 배달음식 끊기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에겐 아주 큰 즐거움 하나를 없애는 일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당연했던 것에서 벗어나보는 것.
며칠 해보니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가끔 배달앱을 들어가 보게 되지만 결제까지 하는 충동에 끌려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배달음식 끊기는 절대 못할 줄 알았는데, 배달음식에 대한 갈망보다 건강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진 건지 생각보단 어렵지 않았다.
배달음식 대신에 직접 요리해서 소중한 한 끼를 내게 대접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다른 선택지가 있음이 이제야 보였다.
배달음식을 쉽게 선택했을 때 보이지 않던 선택지들이 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배달음식 끊기를 계기로 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중독이 된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하던 걸 잠시 멈추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