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계절

4월이 되니 온 세상이 아름다운 꽃으로 물들었다.

여린 잎의 연두색과 벚꽃의 분홍색으로 물들여진 거리를 보다가 새삼 놀랐다.

"이렇게 많은 나무들이 벚꽃나무였다니."

겨울 내내 앙상한 나뭇가지들로 빼곡한 거리였는데 어느새 겨울지나 봄이 왔구나.

빼곡하게 벚꽃으로 가려진 하늘을 보니 새삼 깨달았다. 봄이구나.

나무들이 제 계절을 맞이하니 이리도 아름답구나.

겨우내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사실 나 이렇게 아름다웠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봄이 찾아와 만개한 꽃처럼,

본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제 계절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저마다 본인에게 맞는 시기가 있다.

어둡고 긴 터널을 걷는 것 같다면 아직 나의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거나,

꽃을 피우기 적당한 환경이 아니라서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고유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앙상한 나뭇가지여도 기다려보자.

제 계절을 맞이하면 어떤 모습으로 감동시킬지 모르는 일이니까.

사계절이 흘러가듯 각자가 각기 다른 시기에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계절은 조금 늦게 올뿐이라고 믿고 있다. - 이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