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링컨스락에서
지난달 초, 시드니 링컨스락에 갔을 때 아찔한 높이의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오고 별을 보러 같은 장소를 다시 방문했을 때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었다. 보이지 않으니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낮에는 분명 발걸음 하나 떼는 것조차 어려웠는데 어둠이 내려앉아 절벽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렇게 용기가 날 수 있는 건지 허무했다.
덕분에 깨달았다. 내가 두려움을 느낀다면 눈과 귀를 감고 닫으면 된다. 굳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으면 두려울 것도 없다. 두려움을 없애고 링컨스락을 자유롭게 누비던 그 순간을 오랫동안 잊지 말아야겠다. 그때의 내 마음가짐 또한.
요새 나는 어떤 일이 잘 풀리든, 잘 풀리지 않든 "좋은 경험 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자주 내뱉곤 한다.
모든 것을 내게 꼭 필요했던 경험으로 삼아버리면 크게 상심할 필요도 없고, 굳이 낭비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다. 경험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는 생각 많은 나도 뭐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경험이었든, 나쁜 경험이었든 상관없다.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는 건 사실이니까. 좋은 경험이었다면 더 큰 경험의 토대가 되고, 나쁜 경험이었다면 이제는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니까. 이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작은 도전 덕분에 큰 도전을 과감히 할 수 있게 되었고, 무례한 사람을 경험해서 나와 맞는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고, 불편한 장소를 경험해서 내게 맞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고, 헛걸음을 많이 해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보였다.
'낭비'라는 단어에 숨겨진 헛걸음조차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 그러니 마음에 품고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 뭐든 도움이 된다.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난 지난달 지난주 어제의 시간까지 모두 견뎌낸 사람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들까지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헛걸음조차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 중 하나이니까.
- 링컨스락에서 적었던 휴대폰 메모장 中
두렵다고 한 걸음도 떼지 않았다면 내 앞에 펼쳐질 황홀한 장면을 놓치고 말았을 거야.
헛걸음이라 할지라도 괜찮아.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