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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갓생, 치열하지 않게 살기

대충, 가볍게, 유쾌하게 살기

by 윤지아

'갓생'이라는 단어는 MZ세대 사이에서 '대단한', '뛰어난' 등을 뜻할 때 쓰이는 접두어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신조어다.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갓생과 함께 떠오른 현상은 번아웃이다. 번아웃은 지나친 업무로 인해 몸과 마음이 소진된, 일종의 만성 무기력증을 의미한다.

서점에 가면 두 현상이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쪽에선 번아웃과 관련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하지 않지'라는 부류의 책이, 다른 쪽에선 '미라클모닝', ‘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책이 있다.


내가 가진 건강 문제는 지나침에서 시작되었다.

건강 걱정도 지나치게, 건강 관리도 지나치게, 조그마한 일에도 지나치게, 마음도 지나치게.

실제 결과보다 지나친 집중과 과한 걱정이 문제가 된 적이 더 많았다.

누군가의 목표로는 최선, 노력, 치열함이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충, 가볍게, 유쾌하게 라는 목표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목표로 영어 공부하기, 자격증 취득하기, 다이어트해서 바디프로필 찍기 등 sns 속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에 동조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경우에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을 때보다 편안한 상태일 때 성과가 더 좋았다. 남들보다 열심히, 언제나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 시기를 보내고 건강을 잃으며 얻은 인생의 교훈이다.

치열하게 살면 살수록 행복하다는 생각이 점점 희미해져 갔고, 지나친 노력을 할 때보단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낼 때가 편안했다. 편안함을 느낄 때 집중도 잘 되고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잘 쓰며 나를 돌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나를 잘 돌보기 위해 다섯 가지 목표를 세웠다.


1. 걱정 없이 잠자리에 들기

1시간 더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2.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기

건강을 잃으면 갓생이든 인생이든 무슨 소용인가. 참, 정신 건강도 포함


3. 말을 이쁘게 하기

부정적인 말을 달고 살면 좋은 기운이 생길 수 없다.


4. 갓생은 NO, 그저 삶을 즐기기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5. 나를 위해 글쓰기

글쓰기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모를 때면 글로 표현하며 감정의 실체를 찾아보기도 하고

글쓴이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한다.

유난히 힘들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비슷한 감정을 느낀 과거의 내가 쓴 글이 어김없이 해결법을 알려주고,

슬픔을 겪은 날에는 과거의 내가 슬픔을 겪고 쓴 글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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