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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재미는 아무도 떠먹여 주지 않는다

틈틈이 재미를 누리는 것이 내 방식

by 윤지아

삶이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곤 했다.

특히 지난 3년간은 주변에서 여행유투버냐고 할 정도로 자주 떠났다. 나이가 들면서 반복되는 일상은 길어지고, 해본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새로운 것들이 줄어들다 보니 지루하다고 느끼는 시기가 빠르게 찾아왔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훌쩍 떠나면 괜찮아지곤 했다. 나에게 여행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연료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내게 여행 갈 돈으로 명품을 사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었다.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써야 하는 일인데, 투자한 거에 비해 남는 게 없지 않냐는 말도 덧붙였다.

난 여행을 정말 좋아해도 남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묘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건 다르니까 친구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이해는 하지 못했다. 애초에 무언가를 남기려고 떠나는 건 아니었기에.


나는 여행에 쓰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얻으려고 떠나는 건 아니지만, 돌아올 때는 삶을 살아갈 연료를 가득 채워서 돌아왔다. 출발하기 전까지의 설렘, 여행지에서 느끼는 여유, 다녀온 후 추억하는 그리움 모두 내겐 너무 소중하다. 전보다 단순히 '재밌어서'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어떤 이유로 시작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일들 속에서, 재밌어서 하는 일은 매우 귀하다. 그런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재밌기 때문이다.

이 나이에 처음 해보는 게 있다는 설렘, 낯선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 태어나 처음 먹어보는 맛을 느낀 행복감 등 새로운 여행지에 가면 '처음'이라는 이유로 재밌고, 가봤던 여행지에 가면 '추억'이라는 이유로 재밌다.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도 느낄 수 있고, 여행 중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취향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떠나면 떠날수록 더 많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금세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졌다. 삶이 무료해 아무것도 안 했더니 삶의 의욕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있었더니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인생의 재미는 누가 떠먹여 주지 않는다.

스스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 상태로 머무르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무언가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던 대로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인생의 재미를 찾아야 한다. 작은 재미를 틈틈이 누리는 것도 꽤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단 몇 시간의 외출이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나서면 그거대로 재밌다는 걸.

큰 재미보다는 틈틈이 재미를 누리는 것이 바뀐 내 방식이다.

삶이 무료한 것은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재밌는 걸 찾지 않을까? 가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뜻밖의 재미를 찾기도 한다. 또, 재밌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지루해지기도 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막상 시작하면 시간을 많이 쏟기도 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곳곳에 있는 재미를 찾아내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한 번에 인생의 재미를 찾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그 과정이나 실패 또한 경험이 될 테니까.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인생은 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세 가지
할 수 있었는데, 했어야 했는데, 해야만 했는데.
- 루이스 E. 분, 너에게 하고 싶은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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