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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주는 힘

늦더라도 틈틈이, 더 열심히 남길 거야

by 윤지아

지난겨울, 호주에 살고 있는 이모(엄마의 친한 친구)를 보러 다녀왔다.

이모는 20년 전 호주로 떠나 영주권을 취득 후 그곳에 살고 있다. 그 후로 두 번 정도 한국에 들른 적 있었지만 가장 마지막에 온 게 8년 전쯤이다. 8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엄마와 이모 사이에는 그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은 엊그제 만났다 헤어진 것처럼 지난 추억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에피소드마저도.

며칠간의 여행 후 캔버라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 후, 엄마와 나는 남은 여행을 위해 시드니로 넘어갔다.

이모가 예약해 준 시드니 숙소에 도착하니 우리를 얼마나 신경 써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와 우와 거리며 숙소를 이리저리 구경하던 중 엄마에게 메시지 한통이 도착했다.

"무료했던 내 삶에 네가 와줘서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몰라. 덕분에 추억이 하나 더 생겼어."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이모의 눈물 삼키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추억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주는구나.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면 오래된 기억을 꺼내곤 한다.

내가 기억하는 순간은 짧지만 강렬하고, 사소하지만 명확했다.

그 기억으로 사는 거구나. 추억이라는 거구나.

최근에는 블로그에 신경 쓰지 못했는데 마저 밀린 여행후기를 적어야겠다. 그리고 다짐했다.

늦더라도 틈틈이, 더 열심히 남겨야겠다고.


우리 더 잘 먹고 더 잘 기억합시다.

나중에 이 순간을 떠올리며 웃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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