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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도 말하는 거 아니야?

용한 점집이었을까

by 윤지아

내가 태어나기 전, 엄마는 점집에 갔다고 한다.

점집에서는 만삭인 엄마에게 곧 태어날 아이는 말로 먹고살 거라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말을 많이 하던 나를 보며, 엄마는 내가 아나운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줄곧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아이였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영화나 드라마리뷰도 나에게 다시 듣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말하는 것보다 친구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도쿄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온 친구를 만났다.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 점집 용하네."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니, "어릴 적 어머니께서 점보러가신곳, 말로 먹고 살 거라 했던 곳말이야. 네가 말을 잘해서 그 점집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진짜 용하네 그 집."

그 말을 들은 나는 요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말도 별로 안 하고 지내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다.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글을 쓴다는 거, 그것도 말하는 거 아닌가? 너의 생각을 글로 말하는 거잖아."


순간 머리가 띵했다.

맞아, 실은 말로 먹고 산다는 게 꼭 입을 통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 수 있지.

아직 말로 먹고 산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그 점집이 용하든 용하지 않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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