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잘 보내지 못한 아쉬움

핸드폰 내려놓기

by 윤지아

작년 이맘때부터 수면장애를 겪은 후로 어떻게 해야 푹 잘 수 있나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정신의학과에서는 이제 약을 조금씩 줄여서 약 없이도 잘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하셨고, 지난주부터 10개월 간 처방받아온 약을 줄였다.

커피를 끊고 운동을 하고 자기 전에 핸드폰을 멀리하고.. 잘 자는 법을 검색해 봤을 때 나온 것들은 다 해봤다.

그럼에도 잠드는 게 어려웠다.

수월하게 잠이 든 날에도 중간에 계속 깨기 일쑤였고 아침에 눈을 떠도 몽롱한 기분, 계속되는 하품, 푹 잔 것 같진 않았다.


내가 아침 요가를 가는 이유는 밤에 잘 자고 싶어서다.

밤에 에너지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요가 수련을 나서고, 다녀와서는 컴퓨터 앞에 자리 잡는다. 며칠간 이렇게 해보니 하루의 틀이 재편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기 전에 핸드폰도 쉽게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아쉽지 않게.


내가 잠을 잘 자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걱정했던 부분은 음식도 아니고 운동도 아니었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멀리할 수 있을까였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깨어있는 상태로 누웠을 때, 핸드폰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를 재편해 보니 그동안 핸드폰을 쉽게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날 하루를 잘 보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걸 알면서도 매일 아침 꼬박꼬박 먹고 있던 커피를 건너뛰어보고, 몸이 가장 움직이기 좋은 상태일 때 요가를 하고, 저녁에는 나를 위한 시간도 보냈다.

하루를 재편하고 나니 어제보다 오늘이 만족스럽고, 내일이 기다려졌다.

그렇게 앞으로 더 잘 살고 싶어서 핸드폰을 내려놓게 되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아야 내일도 오늘처럼 잘 살 테니까.

핸드폰을 참는 게 아니라, 하루의 만족감을 높이는 일이니까.


쾌락과 중독은 의지로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커피, 음식, 쇼핑, 핸드폰.. 내게 좋지 않은 것들을 끊을 수 있는 원리는 한 번에 그만두는 게 아니라 대체하는 것이었다.

끊어내고 싶은 것을 대체하는 다른 것이 만족스럽고 빈도가 높아야 서서히 내 곁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

커피 대신 차를, 자극적인 음식 대신 건강한 음식을, 물건을 사들이는 일 대신 비우는 일을, 자기 전에 핸드폰 대신 명상을. 이렇게 하나씩 대체하다 보면 끊고 싶은 것들과 자연스레 멀어지지 않을까?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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