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by 윤군


세차게 바람이 불었습니다

가지 끝을 아슬하게 붙들었던 나뭇잎들도

그 힘이 다했습니다,

떨어집니다


발갛게 잘 익은 감도

여름 내 마주 잡은 손 끝도

그대 눈에 고인 물도 모두,

떨어집니다


작은 이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를 보니 저 어두운 곳

마음 한 잎이 남았습니다,

나 보란 듯 팔랑입니다


차오는 온기마저 떨어진

시간이 젖은 처마 아래

끝내 떨구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눈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