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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by 윤군


달이 밝은 밤이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 모였다
진한 밤 속을
모닥불로 지워놓고
내가 가지지 못한 30년을
잔잔하게 풀어내는 그들을 보며
내 아비가 많이 늙었다는 생각을 했다


보름달이 밝은 밤이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그가 생각났다
오랜만에 가득 술에 취해
홀로 밤길을 걸어걸어
홀로 불빛을 피해피해
내 목소리를 나만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숨었다

목놓아 운다
소리질러 운다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의 이름도 불러본다
서럽게, 서럽게
그래서 더 이상 서럽지 않게.

달이 밝은 밤이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이들 앞에서
진한 밤 속을
흐린 연기로 채워놓고
내가 가진 20년을
잔잔히 풀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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