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은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는데도
나는 생각보다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냥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쌍하고 슬프고 애달플 뿐이다.
원래도 자주 만난 건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딱 붙어살지도 않았다.
유치원 때 캠프를 가서도 보고 싶단 생각을 안 했다.
대학 때 완전히 떨어져 살면서도 안 했다.
나는 애초에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요즘 생각한다.
내가 그리운 건
문자를 못 주고받고
뭐가 먹고 싶은지
뭐가 필요한지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
선물을 못 사주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냥 그런 것인 것 같다.
아빠는 요즘 종종 술을 마신다.
원래는 일 년에 한두 번 소주 한 잔이 다였는데, 요즘은 취해 보이는 정도로 마실 때가 있다.
점점 더 힘들다고 한다. 속이 쓰리다고 한다.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아빠는 이제 나이가 많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한다.
그러고 있다. 나는 내 죽음도 언제나 준비하고 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마음먹는 대로 전혀 되지가 않는 게 문제다.
딸 입장에선 아빠는 엄마한테 죄가 많다.
조금 더 괴로워도 된다. 아직 일 년도 안 됐고, 이 정도 괴로움은 죽은 사람의 고통에 비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만큼은 아닐 것이다.
어떤 맘씨 좋은 사람들은
엄마는 내가 힘든 걸 바라지 않을 거라고 해주겠지.
감사하지만, 나도 내가 힘든 게 차라리 더 편해서 힘든 거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