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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Sep 06. 2023

엄마가 죽은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엄마가 죽은 지 벌써 7개월이 지났는데도

나는 생각보다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냥 죽었다는 사실 자체가 불쌍하고 슬프고 애달플 뿐이다.


원래도 자주 만난 건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딱 붙어살지도 않았다.

유치원 때 캠프를 가서도 보고 싶단 생각을 안 했다.

대학 때 완전히 떨어져 살면서도 안 했다.

나는 애초에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요즘 생각한다.


내가 그리운 건

문자를 못 주고받고

뭐가 먹고 싶은지

뭐가 필요한지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

선물을 못 사주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

그냥 그런 것인 것 같다.


아빠는 요즘 종종 술을 마신다.

원래는 일 년에 한두 번 소주 한 잔이 다였는데, 요즘은 취해 보이는 정도로 마실 때가 있다.

점점 더 힘들다고 한다. 속이 쓰리다고 한다.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아빠는 이제 나이가 많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한다.

그러고 있다. 나는 내 죽음도 언제나 준비하고 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마음먹는 대로 전혀 되지가 않는 게 문제다.


딸 입장에선 아빠는 엄마한테 죄가 많다.

조금 더 괴로워도 된다. 아직 일 년도 안 됐고, 이 정도 괴로움은 죽은 사람의 고통에 비하면 괜찮은 거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엄마만큼은 아닐 것이다.

어떤 맘씨 좋은 사람들은

엄마는 내가 힘든 걸 바라지 않을 거라고 해주겠지.

감사하지만, 나도 내가 힘든 게 차라리 더 편해서 힘든 거니까 크게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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