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느끼는 시간

by 윤다온

번아웃을 겪었던 몇년전. 예전에는 좋아하던 것, 설레던것들이 더이상 그렇지 않았다. 특별히 불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다. 좋은일이 있어도 감동은 잠시, 예전처럼 설레지 않았다. 사느라 바빠서 감각을 내려놓고 살아온것 뿐이였다.

특별히 큰 기대를 한건 아니였다. 우연히 유튜브를 보는데 서울페스타 오케스트라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지휘자님과 타악기 연주자분들의 퍼포먼스가 마음을 끌어당겼다.

“지브리 & 디즈니 OST.”

어제 고양아람누리 공연장에서 가장 먼저 들었던 첫 곡은 '마녀 배달부 키키'였다.

지휘자의 손끝이 공기를 가르자, 현악기 연주자들이 활을 튕기는 소리와 실로폰 소리같은 청량한데 울림있는 비브라폰의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쇠로 만들어졌지만 차갑지 않고 아람누리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양쪽 팔에 닭살이 돋았다. 가슴이 뜨거워지며 콩닥 뛰었다.

나는 관객이었지만, 동시에 연주자였다. 마치 그 무대 위 어딘가에 내 자리가 함께 놓여 있는 것처럼.

마림바와 비브라폰 소리를 들으며 예전에 피아노를 배우던 시간이 스쳤다. 드럼 스틱을 잡고 리듬을 타던 순간, 플루트를 불며 호흡에 집중하던 기억.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습실에 앉아 있던 나까지

겹겹이 떠올랐다.


기억은 늘 그렇게 갑자기 어느순간 찾아온다. 우리가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과 시간을 아무 예고 없이 데려온다.어제 공연을 보며 알았다. 좋은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적절한 순간, 소리나 냄새, 빛 하나에 의해 다시 살아난다는 걸. 그래서 삶에서 중요한 건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게 아니라,더 많은 '기억될 만한 순간’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울렸던 장면, 몸이 반응했던 소리, 따뜻해지고 미소짓게 만든 순간들. 그것들이 쌓여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삶에서 역할하는것에 몰입되어 바쁘게만 살아가다보면 감각 느끼는게 무뎌진다. 그런분들께 내가 해봤던 3가지를 공휴한다.

첫째. 기억을 깨우는 소리 하나 듣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5분이라도 만들자. 출근하면서도 괜찮고 자기 전도 괜찮다. 자신이 들었던 노래가 될수도 있고, 악기 소리가 될수도 있다. 딸깍 거리는 볼펜소리가 좋다면 그것도 괜찮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리에 대한 감각을 체험해주자.

둘째. 나를 다시 만나는 기억의 한장면 기록하기

기분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장면을 한줄 써보자. 기억은 감정과 연결될때 다시 살아난다.

셋째. 하루에 하나 감각을 위한 선택하기

하루에 한가지만 일정한 정해서 실천해보자. 매일 아침 좋아하는 향수 뿌리기. 매일 출근후 향기좋은 따뜻환 차한잔 마시기. 매일 햇빛 쬐면서 5분간 걷기.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실천할수 있는 감각을 느낄수 있는 행동을 정해보자. 번아웃은 해야하는것들만 나의 에너지 이상으로 해낼때 자주 온다. 존재 자체로 느낄수 있는 감각을 몸에 반복해서 느끼게 해주자. 이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살아있다는 감각이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오늘도 혹시 모른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어떤 장면이 훗날, 우리를 살게 할 한 장면이 될지.

그러니,가능한 한 많이 느끼자.가능한 한 많이 좋아하자. 기억은 결국, 우리를 가장 오래 살게 하는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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