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뒤의 몸은 말을 건다

by 윤다온

어젯밤 내려진 블라인드의 창가,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아침 알람이 울렸지만 손은 빠르게 터치해서 알람을 꺼버렸다. 눈은 떴는데 몸이 일어나기를 거부하는 느낌. 유난히 움직이기 싫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을 게으르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몸은 지금 아주 정확하게 반응하고 있는것이다. 비가 온 뒤에는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고, 지면의 열이 빠르게 식는다. 이때 인체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기상청과 생리학 연구에 따르면, 습도가 높고 기온이 내려간 날에는 체감 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아진다고 한다. 그만큼 몸은 에너지를 아끼는 모드로 전환된다.
그래서 무기력함, 졸림, 움직이기 싫은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즉, 오늘 아침의 무거움은 게으름이 아니라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암묵적으로 만들어낸 사회통념을 자신에게 말한다.
'어제 쉬었으면 오늘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사실은 반대다. 몸은 이미 환경을 읽고, 오늘의 리듬을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의지를 더 짜내는 게 아니라 속도를 낮추는 선택이다.
따뜻한 옷을 하나 더 입고, 차가운 공기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는 일. 잠깐이라도 몸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것.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적응이다. 자연에 맞춰 몸을 조정하는, 아주 생존적인 선택이다.

비 온 다음 날 유난히 몸이 무거운 건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몸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런 날에는 다른날보다 조금 늦게 출발해도 괜찮다. 조금 덜 해도 충분하다. 오늘의 몸은,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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