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졌던때가 있다. 가득했던 호기심도 줄고 의욕도 없어졌다. 조그만일에도 짜증이 났다. 장점이었던 섬세함이 예민함으로 변해갔다.
'쉬었는데도 왜 피곤하지,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지치지, 부글부글 짜증나는 이 기분은 뭘까?'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게으르거나 나태해서도 아니었다.
몸속 호르몬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을 뿐이었다. 그걸 모르고 ‘의지’나 ‘성격’ 탓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호르몬이다』는 말한다.
삶의 질은 성격이 아니라 호르몬의 흐름에서 결정된다고.
도파민은 동기의 호르몬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성취했을 때, 기대할 때 분비된다.
문제는 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자극될 때다. SNS, 성과 압박, 비교, 끊임없는 목표 설정은 뇌를 쉬지 못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도파민 시스템이 과부하된 신호일 수 있다.
해결책은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경험을 시켜주는것이었다.
세로토닌은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감각을 만든다.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이유 없는 불안, 비교, 자책이 늘어난다. 햇빛, 규칙적인 리듬, 걷기, 안정된 루틴은 세로토닌을 천천히 회복시킨다. 그래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이다.
'잘하고 있어'라는 말보다 '지금도 괜찮아. 만족스러워'라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옥시토신은 누군가와 안전하게 연결될 때 분비된다.포옹, 따뜻한 말, 이해받는 경험, 신뢰의 순간.
그러나 이 호르몬은 역설적으로 상처가 많을수록 결핍을 크게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관계에 목말라하면서도 관계에 지치기도 한다. 중요한 건 ‘많은 관계’가 아니라 '안전한 관계'다. 때로는 그 대상이 ‘나 자신’이어도 충분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위험을 감지하면 우리를 보호한다. 문제는 이 경보가 계속 울릴 때다.
불안, 예민함, 수면 장애, 만성 피로…모두 과도한 코르티솔의 신호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가 아니라 '내 몸이 너무 오래 긴장해 있었구나'라고 말해줘야 할 순간이다.
엔도르핀은 웃음, 운동, 몰입, 예술에서 나온다.아주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따뜻한 차 한 잔, 좋아하는 음악, 가볍게 몸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몸은 ‘살 만하다’는 신호를 받는다.
잠은 의지가 아니라 호르몬의 결과다.불빛을 낮추고, 자극을 줄이고, 하루를 정리할 때 멜라토닌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잘 자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 몸의 컨디션을 위한 선택이다.
우리가 쉽게 지치는 이유는 나약해서가 아니다.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지금 겪는 감정과 혼란은
몸이 보내는 언어다.
'나를 조금만 쉬게 해줘.괜찮아, 네 노력이 부족한게 아니야.'
이 말을 알아듣는 순간, 인생은 조금 덜 버겁고 조금 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