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날에도 마음이 분주하고 불안해서 못쉬는사람이 있는가. 나 역시 그랬다.쉬는 날에도 마음은 분주했고,가만히 있으면 불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성장이 멈추고 도태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었다.하루를 돌아보면 ‘나로 존재한 시간’보다 ‘무언가를 해낸 시간’이 훨씬 많다.
해야 할 일, 맡은 역할, 책임. 직장인으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두잉(Doing) 상태로 산다.
김미경 강사의 『딥마인드』에서는 두잉과 비잉(Being)의 균형을 강조한다.
우리는 무엇을 더 할 것인가에는 익숙하지만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는 서툴다.
성과와 결과가 없는 시간은 쓸모없다고 여기는데까지 와버렸다.
하지만 계절은 정직하다. 겨울이 되면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봄처럼 살아가길 스스로에게 요구한다.그래서 올해는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덜 하기를 목표로 삼았다.의도적으로 일주일에 하루는 존재로만 머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내가 멍때리는 하루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너무 오래 ‘역할’로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루를 돌아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보다 무엇을 해냈는지만 남아 있다.
직장인, 가족의 구성원, 책임 있는 어른으로 우리는 끊임없이 두잉(Doing) 상태에 머문다.
멍때리는 시간은 그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나로 존재하는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둘째. 쉰다고 회복되는 게 아니라, 존재해야 회복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휴식 시간에도 핸드폰을 보고, 정보를 수집한다. 머리는 쉬지않고 움직인다.멍때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신경계를 진짜 휴식 모드로 돌려놓는다. 그때서야 몸과 마음이 이제 안전하다고 느낀다.
셋째.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을 살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더 잘 살기 위해 애쓴다.하지만 멍때리는 하루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를 스스로에게 허락할 때, 오히려 삶의 균형이 돌아온다.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결과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렇게 정한 주말, 책 한 권을 챙겨 찜질방에 다녀왔다.
따뜻한 소금사우나방에 누워 땀을 빼고, 갑갑해지면 나와서 책을 읽었다. 읽다 지치면 담요를 덮고 눈을 감았다.누군가의 기대도,나 자신에게 주는 과제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아침에 무거웠던 몸이 찜질방에 다녀온뒤 조금 가벼워졌다.해야 할 일을 덜어낸 게 아닌데,버틸 힘이 생겼다.아마도 우리는 지쳐서 쉬어야 하는 게 아니라,존재하지 못해서 더 지쳐가는 건지도 모른다.
비잉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내가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다.
혹시 지금,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아서 계속 피곤한 사람은 없는가.
더 잘하려고 애쓰다 정작 나를 잃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 나에게 편안함을 허락해주자. 존재만으로도 있어줘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