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 털리지 않으면 그것은 역시 여행이 아니지~!
프랑스 여행을 마친 뒤 다음 여행지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의 첫 국가인 모로코를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나는 스페인 해변 도시를 따라서 쭉 이동하였다.
프랑스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내리자마자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를 간단하게 음미한 뒤, 예약해놓은 숙소로 향했다. 확실히 아이슬란드, 영국, 프랑스에서 여행을 하다 와서 그런지 스페인의 숙식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 같다.
스페인 첫날, 숙소에 짐을 풀고 룸메이트들과 간단한 눈인사를 나눈 뒤 바르셀로나 광장 및 길거리를 활보했다.
바르셀로나 광장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고, 맛있는 주전부리가 넘쳐흐르니 흥도 나고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꽤나 충격적인 인종차별을 2번 정도 당한 뒤 유럽에 대한 마음의 문이 조금은 닫혀있었는데, 스페인의 사람들은 그런 기색 없이 친절하게 나를 맞아 줬으며, 프랑스에서 상점을 가도 약간 하대 받는 느낌과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던 사람들과는 달리 스페인의 사람들은 사근사근 대화도 잘 통했으며 하대 받는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나름 정열적인(?)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인도 Crew 중 한 명이었던 형이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같이 여행을 하게 된다.( 훗날 이 형과는 모로코 여행도 같이 하게 되고, 현재 내가 진행하는 사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형이 내가 머무는 숙소에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형은 깜깜무소식이었다.
옛말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스페인에서 만큼은 맞지 않는 선조들의 지혜였다. 알고 보니 스페인 버스터미널에서 일명 '꾼'들한테 당해버렸던 거다.
어찌해서 연락이 닿았고 자초지종을 듣자 하니 배낭과 귀중품을 탈탈 털려서 경찰서에 있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일명 '알거지'가 되어 착잡해하는 형과 공감 및 위로의 시간을 갖고, 뭐 원래 여행 중 한 번도 안 털리면 그건 여행이 아니지 않겠는가 라는 위로를 건넨 뒤, 우리는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지은 이상한 건축물들을 구경하러 다녔다.
예술적인 소양이 한참이나 부족한 나로서는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이 지은 건축물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디자인 및 미술을 전공한 형은 정말이지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나에게 이것저것 설명해주고, 이 건축물이 왜 말이 안 될 정도로 놀라운 건지 귀에 때려 박아줬다.
그렇게 바르셀로나 여행을 마무리하고, 나는 형에게 아이슬란드 이야기를 은근슬쩍 해주며 남쪽에 있는 스페인 항구 도시까지 히치하이킹 및 노숙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스페인 주인 없는 허름한 폐가에서의 하룻밤, 히치하이킹 연속 실패 등 많은 추억(?)을 얻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뒤, 결국 버스를 타고 알제시라스(Algeciras)라는 항구도시를 가게 되지만, 남자 둘의 찐한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형 노을이 참 멋있죠...그죠? 노숙시켰다고 저 미워하면 안되요...>
알제시라스에서 도착하여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노숙을 즐긴 뒤, 우리는 드디어 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의 첫 국가이자 고등학교 시절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우연히 집었던 여행잡지에 그려진 그 사하라 사막이 있는 모로코로 향하게 된다.
(나름 정들었던 유럽아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