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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짱 May 03. 2020

1년 8개월의 기록 <10>-모로코

별들이 길을 인도하는 신비스러운 그곳~!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되었을까? 드디어 아프리카의 첫 국가인 모로코에 도착하게 된다. 사실 모로코는 아프리카라고 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인 색채가 뚜렷해서 그런지 건물양식 역시 모두 이슬람 풍이 었고, 인종 역시 중동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도착했다기보다는 중동의 어느 한 국가를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처음 방문한 도시는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제르라는 곳이었다. 유럽과 중동이 오묘하게 섞였있는 듯한 분위기와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 그리고 무엇보다 모로코 자체의 도시 분위기가 참 신비스러다.  모로코는 보통 유럽여행 및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사하라 사막을 보기 위해서 잠깐 들르는 정도인 것 같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모로코의 분위기와 그들의 문화가 너무 궁금해서 모로코의 많은 도시를 여행했다. 처음 모로코에 내렸을 때 여행한 탕제르, 유대인이 쫓겨났을 때 푸르른 지중해를 보고 싶어서 도시 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해버렸다는 셰프샤우엔, 마을 전체가 천연염색공장인 페즈,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코브라와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마라케시, 별들이 밤하늘의 길을 인도하는 사하라 사막, 밥 말리가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는 에사우일라 등등 수많은 도시를 여행했다.



모로코 여행 중 역시 으뜸은 사하라 사막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날이 있었는데. 잠시 수능 문제집을 피해 도망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행잡지가 하나 있었다. 여행잡지 커버 사진 속에는 사하라 사막 캠프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은하수, 별똥별 그리고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이 수놓은 밤하늘을 지붕 삼아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져 웃으며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 여행잡지 속 사진 한장이 내게 세계여행이라는 막연한 꿈을 안겨준 첫번째 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일주를 출발하기 전 다른 곳은 몰라도 사하라 사막은 무조건 가야겠다고 다짐한 곳이었다. 



모로코에서는 정말이지 풍족하게 먹고, 꽤나 괜찮은 숙소에서 잠을 청하며 너무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기억밖에 없다. 그렇게 1달 반 남짓의 모로코 여행과 나의 세계여행은 갑작스럽게 터진 한국의 사건 하나로 잠시 멈추게 된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 모로코 여행 내내 국내 정치상황의 기사를 보며 울화가 치밀었고, 왠지 모를 죄책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혼자만 태평하게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리고 나중에 이 사건이 내 아들, 딸이 배울 한국 근현대사에 나오게 되어 훗날 나에게 "아빠는 이때 시위했어?"라고 물었을 때 "음... 아빠는 그때 여행 다녔어..."라고 말하기가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개인의 여행을 멈추고 한국 민주화의 여행이라는 또 다른 여행을 하러 한국에 잠시 귀국하게 되면서 모로코 여행은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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