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은 우울할 때 가장 잘- 적힌다.
현대인들 대부분이 앓고 있는 우울증.
그 우울함을 빌려 내 생각을 기록하고자 한다.
희한하게도 문구류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처럼.
쓰지도 않는 공책, 필요 없는 연필들이 내 책장 한 구석을 메운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하얀 종이가,
한 번도 깎지 않은 첫 모습 그대로인 연필이,
나를 설레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끔은 내 삶도 새 공책과 새 연필처럼 새 것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나는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품은 사람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살면서 크게 실패해본 적 없었고, 부족함 없이 자랐고,
결정적으로 다들 나를 좋아해주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해주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을 갖은 채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더욱 힘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랑 같은 선 상에 서있었던 친구들이 다들 각자의 방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때,
그렇게 아름답고 빛이 나던 나는 점차 빛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으니까.
나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던 밝은 에너지는 이제 더 이상 없어졌고,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나는 '나'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고 있었다. (정말 끔찍하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이러한 내 속 안의 문제를 스스로가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백수로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일지라도
나는 나만의 길을 찾을 것이며,
나에게 있어 이 헤매는 순간들 조차 너무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 모두가 다- 하나하나,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