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콤플렉스

오늘의 일기) 됐어.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by 봇홋

회사에 친한 동료(같은 친구)들이 있다.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겠지.)


이 친구들 중 몇 명과 함께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건강 좀 챙기자며 함께 헬스장을 끊었는데,

아니 벌써 다음달이면 끝난다. (충격)

더욱 놀라운 것은 몇 번 안갔다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다)


오늘은 간만에 4명 모두 운동을 가기로 한 날이라 사이좋게 (라고 하기엔 다소 공포스럽게)

서로의 업무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재촉하는게 제일 재미썽)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향했..다가 삼곱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다.

(모두가 딴길로 새는 것을 합의하였을 때,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술 한 잔을 (아니 네 병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나도 미처 그 어디에도 표현하고 있지 않았던 나만의 생각들을 표현하게 된다.


오늘은 '나는 호불호가 강한 사람.' 이었다.

* 여기서의 호불호는 사람에 대한 부분, 인간관계에 대한 부분으로 좁혀 논한다.


2016년도에만 했어도 나는 무조건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 내가 좋았고 그러고 싶었고. 사람들이 나에게 '넌 진짜 착해.' 라는 말이 칭찬인줄로만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면 내가 더 이상 착한 사람이 될 수 없으니

싫은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일종의 무시스킬은 뭐,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2017년도에는 개썅마이웨이인 삶을 갈망했고,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을 부러워했다.

옛날부터 이런 욕구는 있었으나,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너무 강해 이 욕구를 억눌렀던 것 같다.

그 어느 날의 일기 속에는 나도 이기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었다.

내겐 어려운 '바람'일 뿐이었지만.


2018년도에는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가 그렇게도 갈망했던! 개썅마이웨이에 조금 더 가까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기적이고, 일 못하고, 말은 많고, 거짓말하고, 앞뒤 다르고, 일은 안하는데 사바사바로 이득을 취하는 사람.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 그저 타인을 본인 입맛에 맞게 활용하려고 하는 사람.

아 겁나 극혐한다. 너어어어무 싫다.

이젠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말도 하고 다닌다.

"전 이런 사람 별로 안좋아해요. 저랑 안 맞아요."

미리 말을 해놓으면 알아서 그런 사람들이 피해가주는 경우들도 있다. (개이득)


얼마 전, 남자친구는 내게 말했다.

"너도 성격 더러워"

(아, 오해마시라. 이 이야기 이전엔 본인 성격이 더럽다는 이야기 주제로 나와 신나게 이야기 했었다.)

근데 희안하게도, 저 얘기를 듣는데 신이 났다.

나도 변한거다.


어쩌면 과거 나의 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종교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고등학생부터 27살까지는 정말 열심히 교회를 다녔고,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이 죄스러웠으니까.

내가, 고작 내가.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건 나쁜 일이었으니까.

(죄 없는 사람이 돌로 쳐라, 뭐 이런건 모두 한번 씩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남들 판단하려는 마음이 들 때 나를 되돌아 보았고,

타인을 거울 삼아 나를 되돌아보면 딱히 미워할 이유가 없어지곤 했었다.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만 오지 않도록 잘 도망치고, 피해다녔었지.

생각해보면 굉장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습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나이가 먹으면서 내가 원치 않았던 관계들을 맺어야만 했고

내가 피해다닌다고 다 피해지지도 않았다.

그저 존나게 빡치는 일들이 매일같이 새롭게 등장하곤 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고 이해해보려고 해도 그 때 뿐.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가지고 오는 경우에는 이해하고 넘어가는 나만 바보가 되고

빡치는 일은 그저 일상이 되어 반복될 뿐이었다.


그래서 장난감 권총을 회사에 가지고 갔고,

(화날 때마다 허공에 총을 쏘면 좀 시원해졌다. 주변 동료들도 가끔 빌려주고. 장난감 총으로 소심한-정작 화나게 한 당사자는 모를- 복수를 하고 깔깔거리고 웃다보면 스트레스가 조금 해소 되는 것 같았다.)

내 마음 속의 데스노트를 썼으며,

(신기하게도 심각하게 데스노트를 썼던 사람들 중 80%는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자타공인 인간 데스노트가 되었더랬지.)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는 법을 배웠더랬다.

(무조건 참는 것보다는 현명한 처사인 듯하다.)


아마 그 시절이, 내가 교회를 안나갔을 때랑 시기가 겹쳤을 것이다.

(교회를 안나가게 된 건 절대적으로 다른 이유였었지만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는 것이 나의 모토.

다만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화도 내고 짜증도 내도 되는 거 아닐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이제 던져버리고,

할 말은 하고 살자. (물론 아직 내공은 약하지만)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

뭐. 왜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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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쓴 #월요글쓰기 를 빙자한 #화요글쓰기

일기. 내 갬성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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