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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경 Apr 14. 2023

후추

검은 얼굴들이 갇혀 있지

아늑한 그늘을 덮고 제법 슬픈

유리창 같은 사연을 깨트려 줄까

데굴데굴 얼굴들이 굴러와 말을 건다

오늘은 몇 알씩 나눠줄까

표정도 모르는 주제라고

나는 자꾸 나쁜 말이 하고 싶어 져서

부지런한 저녁손에게 명령한다

"모두 탈출시켜"

속마음은 다 일그러지고

매콤하게 갈렸네 갈아졌네

주근깨 같은 기침 컥컥 

내 슬픔의 까만 점들을 찍어

죽었던 맛을 겨우 살린다

질질 끌어서 좋았던 믿음

절대 헛되지 않았던 사랑으로 또 묻고 싶어

살아 주겠니

망친 삶의 유리병

꾹꾹 눌러 놓은 검은 동그라미

짙은 눈동자에

오늘이 회복되길 기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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