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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일북클럽 Jun 15. 2016

갱년기가 뭐라구

모든 일은 어느날 갑자기....인것 같지만

밤사이 짓눌린 오른쪽 어깨의 통증으로 아침을 시작한 지 서너달, 아니 예닐곱달, 어쩌면 더 됐는 지도 모르겠다. 요 근래는 나 스스로도 내 기억을 믿지 못하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

회전근개파열, 석회성건염,오십견등의 여러이름이 붙여진다는 걸 주위 지인들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들어왔지만, 비슷한 증상의 치료법은 말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해서 가뜩이나 병원가는 걸 귀찮아하는 내 발걸음쉬이 떨어지질 않는다.

두팔에 힘을 실어 꽉 여며 쥔 밧줄에 매달린 채 호기롭게 오르곤 했던 수락산 기차바위,  다리를 최대한 뻗어도 닿지 않는 바위틈 사이를 철로 된 가드레일에 매달려 반동을 이용해 날쌔게 오르내리던 도봉산의 Y계곡...

아, 불과 1,2년전의 그 모습은 감히 상상불가, 지금은 혼자 팔을 돌려 가려운 등을 긁는 이들이 너무나 부러울 따름이다.


하긴, 자그만치 오십년을 알뜰히도  써왔다.

타고나길  왼손잡이였지만, 왼손 사용을 터부시하는 관습탓에 밥상머리에서 왼손으로 젓가락질 할때마다  내려쳐지곤 했던 어른들의 매서운 손길이 오른손만을, 오른팔만을 한결같이 쓰게 한 셈이 됐다.


인간은 교활하면서 동시에 어리석다는 걸 종종 느낀다. 뭐든 쓰면 낡거나 닳거나 인데, 어쩜그리 영원한 것처럼 군걸까.

아이들에겐 팔이든, 치아든, 오른쪽 왼쪽을 골고루 쓰라고 미리 말해두지만, <그 나이의  내>가 <지금의 나>를  짐작조차 할수 없었던 것처럼, 그들도 똑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이다.


분명,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 앞으로 하나씩 고장의 신호가 깜박깜박 켜질때마다 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만 하겠지.


내몸과 마음을,고장난 세탁기를 들여다보듯 바깥의 시선으로 살필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음, 배수구와 연결된 호스에 섬유찌꺼기가 뭉쳐있었군. 이걸 제거하면 되겠어...


갱년기의 터널에 막 접어든 나는,  눈이 어둠에 적응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명랑하게 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길을 통과하고 싶다. 늘 그렇듯 유머를 잃지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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