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자라나는 온도.
_초여름을 기다리는 마음.
최근 나는 나와의 약속을 자주 어겼다.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잠시 마음을 다잡은 듯했지만, 그 힘은 오래가지 않았다. 힘들어도 끌어올리며 며칠은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러다 딱 하루, 쉬는 날이 있었다. 그날,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참고, 눌러 담고, 의지로 버텨온 시간들.
잠깐 쉬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자, 그동안 억눌렸던 것들이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계획은 흐트러지고 하루는 꼬여갔다. 겨우 마음을 붙잡았다 싶었는데, 또다시 무너졌다. 그 틈을 타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스며들었고, 곧이어 ‘내일부터는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조급함이 따라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늘 실패한 뒤에 나를 수습하는 데만 애를 써왔지, 왜 그런 감정이 나왔는지 묻지는 않았다는 걸. 그래서 방향을 바꿔 보기로 했다. 왜 나는 무너졌을까. 생각해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그동안 나는 꿈도, 사랑도, 그리고 은호에 대한 마음도 놓지 않으려고 애써왔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더 단단해지려 했고, 버텨내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러니 잠깐의 쉼 앞에서 마음이 크게 풀려버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수많은 날 중 하루 무너졌다고 해서 내가 전부 무너지는 건 아니다. 한 번의 선택으로 사람이 갑자기 나빠지지도, 단번에 좋아지지도 않는다. 좋든 나쁘든, 어떤 변화도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일은 없다. 그때 문득 한 속담이 떠올랐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아, 맞아. 결국 내가 가장 힘들게 싸워야 하는 상대는 나 자신이구나. 습관을 고치는 일도, 마음을 길들이는 일도 단기간에 끝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조급해지기보다, 왜 그날 하루 무너졌을까 이유를 발견해 내고 '그럴 수도 있어'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쪽을 택해 보기로 했다. 그런 뒤 '내일부턴 그러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야겠다.
한편으로는 속담이 참 큰 위안이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대는 달라도 사람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 내가 혼자만의 고민 속에 있을 때는 외롭지만, 누군가도 비슷한 마음으로 이 시간을 건너왔다는 걸 알게 되면 조금 안심이 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분명 어딘가에는 답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초여름의 계절을 상기시켜 본다. 6월 21일 경이 하지이다. 즉 해가 가장 긴 날. 그 시기에는 초여름이고 그다지 덥지 않다. 하지만 해가 가장 긴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한 달쯤 뒤에 비로소 더위가 시작된다. 모든 것은 쌓인 뒤에야 드러난다. 계절도, 마음도 그렇다.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 같다.
당장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일도 없고, 하루아침에 성공하는 일도 없다. 그러나 해가 긴 초여름이 지나고 나면, 몇 달 뒤에는 가장 뜨겁고 찬란한 한여름이 시작된다. 태양을 내가 쌓아온 행동이라 한다면, 한여름은 그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나는 초여름을 참 좋아한다. 아직 결과가 보이지 않지만, 이미 충분히 빛을 모으고 있는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 직전의 상태, 어떤 결실이 나오기 바로 직전의 상태.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우리 모두, 초여름을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
아직은 조용하지만, 해가 가장 길게 머무는 계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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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실린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살며시 모아두었습니다. 문장으로 스쳐간 장면을 빛과 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여운이 닿는 만큼만 다녀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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