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 지나간 자리에서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나는 늘 애매했고, 그래서 애매한 것에 마음이 갔다. 초여름이 좋았던 이유도 완전한 여름도, 그렇다고 봄도 아닌 그 모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의 사랑은 어정쩡하게 막을 내렸고, 꿈은 여전히 형태를 갖추지 못했지만,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연재를 계속했다. 헛헛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서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초여름과 연두색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짙어질수록, 또는 하나 더 늘어날수록, 힘든 날에 나를 일으켜 세워 줄 무언가가 생긴다는 사실이 좋다. 예술도 사랑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태도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결과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잘되면 기쁜 일이고, 잘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또 다른 무언가를 채울 시간이 생기는 거니까. 그리고 그게 또 하나의 취향이 되는 일이라면. 취향이 하나 느는 건 정말 기쁜 일이잖아.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카페가 문을 닫아서, 우연히 들어간 다른 카페가 너무 마음에 들 때의 기쁨처럼.
그래서 실패를 하면, 그 자리를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하나 더 생겨나는 시간이 생긴다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바라보면 도전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낮아지니까.
두서없는 초여름의 글.
누군가 마음의 계절에도 초여름의 햇살이 조금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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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실린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살며시 모아두었습니다. 문장으로 스쳐간 장면을 빛과 색으로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 천천히, 여운이 닿는 만큼만 다녀가 주세요.
https://blog.naver.com/mollaebon/224219280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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