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보고 싶은 나의 꿈.
| 마음을 모아둔 연둣빛 일기장.|
초여름.
연두잎을 타고
천천히 자라나는 꿈.
저는 이곳에
제가 오래 품어온
계절의 꿈을
조용히 기록하려 해요.
_연둣빛 꿈과 일상, 그리고 그리움.
예술과,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내 손을 떠나 있을 때 더 또렷해진다. 가까이 쥐고 있을 때보다 조금 멀어졌을 때 더 아름답게 빛난다. 어쩌면 꿈도 그런 것 아닐까.
물류 창고에서 일하며 엄지발가락의 굳은살은 점점 단단해지고, 한때 부르트던 손은 이제 트지도 않는다.
몸은 점점 현실에 적응해 간다. 모아둔 돈은 많지 않고 저축 대신 술과 과자를 사 들고 돌아오는 밤.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갈 돈은 하나도 없잖아.”
쓸쓸한 농담을 흘리며 웃는다.
게으름과 나태함,
그리고 어딘가에선 아직도 ‘나는 예술을 할 사람이야’라고 속삭이는 이상한 오만까지. 이 지경이 된 나를
당장 고쳐야 할 문제로 몰아붙이기보다 고양이 한 마리 키우듯 조용히 쓰다듬어 본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그래도 나는 아직 꿈을 떠올리고 있잖아. 초여름은 늘 애매한 계절이다. 완전한 여름도, 완전한 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연둣빛 잎은 가장 빠르게 자란다. 지금의 나는 완성된 예술가도 아니고 성공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창고에서 일하고, 퇴근 후 술을 마시고, 가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람.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에서는 아직 꿈이 마르지 않는다.
오늘도 살아냈다는 것,
몸이 버텨주었다는 것,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아직 부드럽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완전히 망한 사람은 아니 듯하다.
꿈은 거창한 결심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하루를 버틴 사람의 호흡 위에서 자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사해 보기로 한다. 큰 성공이 없어도, 당장 달라진 게 없어도. 굳은살이 생긴 발로도
나는 여전히 내 꿈 쪽을 향해 걷고 있다.
초여름의 잎처럼, 느리지만 분명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