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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상 클로이 Feb 15. 2022

010 친구를 사귀는 데 어플이 필요하다고?

신문물 체험기

신기하게도 이번 설 연휴가 끝나고 만난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어플이 한 가지 있었어요.


한 친구는 친척 동생에게 ‘요즘 애들은 뭐하고 노니?’라고 물어봤더니, ‘그런 거 물어보면 이미 꼰대야. 그만 물어보고 이거부터 다운 받아.’라며 핀잔을 들었고,

또 다른 친구는 업무적으로 청소년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함께 하는 청소년 친구들이 자기들 사이에서 이 앱은 필수라며 억지로 다운로드 받아줬다고 해요.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이 앱'을 다운로드한 친구들의 사용 후기를 듣는데 충격과 충격의 연속이었요!

그래서 이렇게 충격적이고 신기한 어플에 대해 엣더코너 멤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이번 주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그 충격의 어플은 바로 '젠리(Zenly)'입니다.

젠리(Zenly)는 구글 지도 기반으로 자신의 위치와 친구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어플로, 친구로 저장된 프로필의 배터리 상태, 이동 경로와 속도, 한 공간에 머무른 시간, 함께 있는 친구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보낼 수 있으며 유령 모드로 설정해 자신의 위치를 비공개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2015년 프랑스에서 개발되었고 2017년 사진 공유 앱 ‘스냅챗’으로 유명한 스냅이 인수했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5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수 기록,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24만 명입니다.

(출처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2011658001,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23018)



‘라떼’ 시절에는 친구를 어떻게 만났었는지 회상해볼까요?


휴(Hugh)

사실 저희는 버디버디, 네이트온, 싸이월드 세대죠.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우리 4시에 버디버디에서 만나자.”라고 컴퓨터 접속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친구를 만났어요.


도밍고(Domingo)

조금 더 과거로 가면 집 전화로 친구 집에 전화해서 “저 클로이 친구 도밍고인데요, 클로이 있나요?”라고 물어봐야 친구랑 통화할 수 있었고, 전화로 놀이터에서 몇 시에 만나자고 약속하고 만났죠.   



‘젠리’라는 어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젠리’의 첫인상은?


도밍고(Domingo)

저는 평소 앱스토어 구경하는 걸 좋아해요. 앱스토어를 구경하다 젠리 어플 출시를 알게 되었는데 앱이 귀엽게 생겨서 다운로드 받아서 잠깐 사용했었어요. 그때는 완전 출시 초기라 사용자가 거의 없었어요. SNS인데 함께 사용할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다운로드 받았다가 바로 삭제했죠.

최근 MZ 세대들 사이에 유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호기심에 다시 다운로드를 받아서 사용해봤어요. 하지만 여전히 제 친구들 중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지인 추천에 친구의 조카가 떠서 친구의 프로필을 보니 친구가 기본 50-70명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MZ 세대들이 사용하는 어플이 맞구나를 실감했어요.


휴(Hugh)

저도 트렌드 뉴스 등을 통해 스치듯이 들어봤던 것 같아요. 스터디를 하기 위해서 어플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학번이 꽤 차이나는 20대 초반의 후배들이 친구 추천에 뜨더라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저의 위치나 현재 상황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어요.


클로이(Chloe)

저도 요새 젠리가 MZ세대에서 유행이라고 어디선가 기사로 접한 것이 전부였어요. 저 또한 스터디를 위해 처음으로 다운 받았는데 연결되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어플 내의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해보고 싶은데, 친구가 아예 없으니 안 되는 게 너무 많았어요.



젠리(Zenly)를 실제로 사용해보니 어떤가요?
흥미롭거나 재미있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클로이(Chloe)

저는 어플을 다운로드 받고도 쭉 친구가 없다가 도밍고가 어플을 다시 다운로드 받으면서 드디어 친구가 생겼어요. 젠리 내에서 친구가 도밍고 밖에 없다 보니 하루 종일 도밍고만 관찰했어요.

하루는 젠리를 보는데 도밍고가 퇴근 이후 시간에 집이 아닌 다른 동네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도밍고에서 “ 왜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안 가셨죠?"라고 메시지를 보내봤어요. 그랬더니 도밍고가 “클라이밍 원데이 클래스 수업 있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도밍고가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배터리는 몇 프로 남았는지,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하루 종일 도밍고만 관찰하니 제가 도밍고 스토커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어요ㅋㅋㅋ


도밍고(Domingo)

원데이 클래스가 끝나고 클로이의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좀 무서웠어요ㅋㅋㅋ저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괜히 죄지은 느낌도 들고.

저는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내가 오래 있었던 동네 랭킹’ 기능이나 ‘이모티콘 사용하기’ 기능과 같이 특정 기능을 며칠 이상 어플에 꾸준히 접속해야 기능이 오픈되도록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또 하나는 내가 이동할 때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가 표시되면서 지금 걸어가는지, 다른 교통수단을 탔는지 등이 표시되는 부분이었어요. 주말에 조카를 만나러 가기 위해 KTX를 탔는데 저의 이동하는 속도가 나오면서 어플 내에 기차 모양이 뜨더라고요.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잘 풀어내는 것 같아요.


클로이(Chloe)

이번 주 출장이 있어서 경주를 다녀왔는데 경주에서부터 서울까지 움직였던 동선이 어플 내 에 그대로 기록되는데 참 신기했어요. 이런 기능은 여행 루트를 기록할 수 있는 여행 관련 서비스에서 활용돼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도밍고(Domingo)

그래서 실제로 젠리를 사용하는 자전거 동호회가 꽤 있다고 해요.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어디쯤 왔는지, 얼마큼의 속도로 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다고 해요.   



감히 추측해보건대 MZ세대들이 젠리(Zenly)에게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왜 젠리(Zenly)를 사용할까요?

클로이(Chloe)

젠리 세상에서는 친구와 거짓말이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항상 가장 친한 친구와는 어떤 비밀도 만들지 않잖아요. 젠리를 사용하면 차가 밀려서 약속에 늦었다거나 배터리 없어서 연락 못했어와 같은 핑계가 통하지 않으니 서로에게 더 솔직하고 진실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또, 젠리 어플에서 나를 조회한 횟수, 친구끼리 만난 횟수 등이 수치로 표현되어 추상적이기만 한 친구와의 우정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휴(Hugh)

친구의 답장을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궁금한 친구의 상태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요.

저희는 스마트폰 세대가 아니라 집에 가야만 PC로 메신저를 확인하고 친구에게 보낼 수 있었어요. 메신저를 사용하더라도 상대의 피드백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고 페이스북, 카카오톡을 통해 상대방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더 나아가 이제는 젠리와 같은 어플을 통해 상대방이 반응 또는 피드백을 주지 않아도 상대의 상태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점이 지금의 MZ 세대가 젠리를 좋아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요.


도밍고(Domingo)

휴의 말처럼 이제는 ‘야, 어디야?’와 같이 안부를 묻는 것 자체를 생략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카톡으로 '뭐해?'라고 묻는 것보다 젠리 어플을 켜서 친구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빠르고 정확하니까요.

또 기존의 SNS처럼 일상을 보여주는 용도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는 점이요. 예를 들어 스터디 카페에서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유명 맛집이나 장소에 방문했는지 등을 젠리를 통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클로이(Chloe)

또래 문화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비슷한 나이를 가진 친구들이 비슷한 문화를 함께 항유하거나 즐기는 또래 문화처럼 이 앱을 쓰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앱을 사용하는 할 것 같아요. 친구와 약속을 잡거나 어떤 친구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할 때 활용할 수도 있고요.



반대로 젠리(Zenly)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면?


도밍고(Domingo)

개인적으로 앱 사용 권한을 줄 때 고심해서 허용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젠리 앱을 사용하려면 위치 정보부터 여러 개인 정보를 항상 허용하기를 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싫었어요.


클로이(Chloe)

저도 평소 앱 사용 시 권한을 허용을 잘하지 않는 편인데 저의 정보를 너무 많이 주는 느낌이어서 오히려 불안하고 불쾌했어요. 연락처 접근, 알림, 사용자 위치 및 동선 정보 수집을 허용해야만 어플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고, 어느 장소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는지, 잠은 어디서 잤는지, 배터리는 몇 프로 있는지, 지금 어디로 이동 중인지, 누굴 만나는지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어요. 위치 정보가 너무 정확하고 구체적이라 제가 어느 건물에 있는지 까지 다 확인할 수 있더라고요.

 더 나아가 아직 개인 정보에 대한 중요성과 경각심을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이 단순히 어플을 사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개인 정보 수집과 권한을 허용할 것이라 생각하니 약간의 공포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끼리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젠리(Zenly) 유저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클로이(Chloe)

젠리와 같이 새로운 세대들이 즐겨 쓰는 새로운 어플이 등장할 때마다 그 어플과 사용자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는 태도는 마케터로서 평생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휴(Hugh)

이렇게 우리끼리 백날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용자 인터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도밍고(Domingo)

다음에 이런 주제를 또 다루게 된다면 사용자를 꼭 섭외해요!





혹시 여러분은 MZ 세대들이 젠리(Zenly)를 왜 쓰는지 알고 계신가요? 또는 젠리(Zenly)를 사용하며 저희와 같은 감정을 느끼셨나요? 젠리(Zenly)에 대한 모든 생각들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엣더코너에서는

아주 작은 인사이트도 함께 나누고 고민할  있는 

새로운 멤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메일(66minjing@gmail.com) 언제든 연락 주세요!





클로이 chloe
진심과 진정성으로 가득한 보부상 마케터


오늘도 코너에 몰리는 마케터들의 구석진 공간,

At the c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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