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과 도심, 선과 악

by 윤문

나는 서울에 산다. 그런데 어느 날 해남에 놀러 갔다가 해남 버스를 타고 목포로 넘어갔는데, 거기에 있던 아이 하나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그 아이가 친구에게 “해남 군내버스? 해남? 해남은 그냥 시골 깡촌 아냐?”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약간의 사투리를 섞으면서. 그때 서울 사람의 입장에서, 솔직히 웃겼다. 그 자리에서 웃지는 않았지만, 기억해 놓았다가 나중에, 혼자 있을 때 그 일을 생각하며 실컷 웃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목포도 시골인데. 누가 누구한테 시골이래.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목포 입장에서 해남은 시골이고, 서울 입장에서 목포는 시골이고. 그렇다면 예를 들자면 뉴욕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서울도 시골일 수 있을까? 지구의 중심인 도시가 어디든, 거기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서울도 시골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만약에 우주의 중심이 있다면 거기에 사는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지구도 시골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시골”이라는 말은 참 주관적인 것 같다.


그리고“시골”이라는 말처럼 주관적인 표현들은 많다.


선과 악도 그렇게 주관적인 표현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미숙한 사고방식에서, 최고선은 항상 나였다. 내가 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졌고, 자신감도 있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약간 그런 감이 남아 있지만. 사람마다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선이 있을 것이다. 그 최고선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만약에, 이 세상의 모두가 본인을 선으로, 본인의 적을 악으로 규정한다면? 그러면 모든 사람은 절대적인 선인 동시에 절대적인 악이 된다. 하지만 절대적인 선에는 악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를 선으로,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독 아닐까? 악의 존재는 최고선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인간 중에 최고선이 없다면 인간 중에 절대적인 악도 없는 걸까? 아니면, 모두가 절대적인 악이라면, 모두가 절대적인 선이 될 수 있을까?

결론은 절대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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