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서 모르고 있는 우리말의 아름다움
언어는 참 아름답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규칙이 없는 듯 미묘하게 규칙이 있는 점, 언어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점, 그 언어의 역사가 진하게 농축되어 있는 점, 단순해 보이는 언어를 배열해서 아름다운 글귀를 무수히 만들어 낸다는 점 등등….
언어는 참 아름답다.
의미를 거의 모르는 언어는 멍하니 듣고 있기에 좋다. 그 의미를 모른 채 언어의 매력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중국 드라마를 볼때 꼭 잘하지도 못하는 중국어 음성과 우리말 자막으로 보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말 자막으로 내용을 이해함과 동시에 중국어의 경쾌한 발음과 성조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그러다가 그 중에서 아는 단어를 한두 단어 알아들었을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미를 아예 모르는 문자 또한 감상하기에 좋다. 아예 모르는 생소한 언어, 예를 들자면 히브리어나 아랍어 같은 한 단어도 모르는 언어의 아무 문장이나 한 문장을 멍하니 감상한다. 마치 전시회에서 예술 작품을 보듯이. 의미를 아예 모르니 그저 그 문자의 수려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만약에 그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 의미로만 보이게 되어 그 문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게 된다. 물론 그 의미를 알게 되는 쾌감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하지만 우리는 둘 중에 선택할 필요가 없다. 세상에는 언어가 많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말, 즉 한글, 아니 훈민정음도 정말 아름답고 세련된 문자이다. 우리가 그 의미만 받아들이고 그 문자 자체는 감상하지 않아서 그렇지, 참 아름답고 효율적인 언어이다.
언어마다 그 언어의 매력이 있다. 많이 쓰여 실용적인 영어, 곡선이 예쁜 일본어, 경쾌한 중국어. 내가 생각하는 우리말의 매력은 정말 많다. 서체로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기 좋다. 한 글자를 다른 글자와 혼동하기 쉽지 않다. 문자가 단순하게 생겼지만 심오한 창제 원리를 담고 있다. 모아쓰기라서 보기 좋으면서도 너무 빽빽하지 않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어쩌면, 의미를 떠올리기에 바빠서 그 아름다움을 모르는 것 아닐까?
나는 언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의미를 떠올리는 것을 떠나서 충분히 관심을 갖고 언어와 문자를 관찰한다면,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라는 이 예술 작품은, 항상 우리 곁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