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의 부러움

by 윤문

나를 오랫동안 가르친 학원 선생님의 말마따마, 나는 교실 들어올 때 표정이랑 목소리 크기만 봐도 숙제 상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고개를 푹 떨구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면 바로 아신다.


“너 숙제 안 했니?”


나는 성적에 상당히 민감하다. 결과에 민감하다. 항상 완벽해야만 하고, 숙제 안 하면 학원을 아예 안 가고 싶어하고. 나는 완벽해야 한다고만 배웠지, 만족하는 법은 배운 적이 없으니까. 더 꼼꼼히 해야 하고,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하니까. 당연하다.


항상 전전긍긍하는 나와 다르게, 그런 애들이 있다. 숙제 안 해오고도 당당하게 “숙제 안 했어요!” 선언하듯 말하는 애들. 시험에서 60,70점대의 점수를 받고도 92점 맞고 풀이 죽어 있는 나보다 당당한 애들. 항상 내 주위에 있었다. 활달하고, 운동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는, 주로 남자애들. 별 생각 없이 학교에서도 수업 안 듣고 자고. 학원 숙제 안 하고. 방학때에는 밤늦게까지 게임만 하다가 다음날 학원에서 반쯤 죽어있는. 그런 애들 말이다.


그런 애들이, 미웠다. 한심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미운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노는 쟤네 때문에 수업 흐름이 끊어지고, 소란스럽고. 학원 헤서도 선생님이 나가면 바로 시끄럽게 해서 분위기 흐려지고, 집중하기 힘들고.


미워하는 이유가 또 있다. 사실 이게 진짜 이유인 것 같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으니까. 부러운 감정의 이유도 간단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져서.


나는 열심히 해야 직성이 풀리고,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항상 나는 “모범생” 이어야 하고, 남들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칭찬을 받으면, 또는 예쁨받으면 겉으로는 그냥 살짝 웃는 정도이지만 집에 가서 두고두고 혼자 좋아한다. 또한 숙제를 안 하면, 선생님이 숙제를 안 해도 된다고 해도, 엄마가 숙제를 하지 말라고 말려도도 내가 마음이 불편해 결국 숙제를 해가는, 그런 학생이다.


그런데 쟤네는 숙제를 안 하고도 그냥 마음이 편한 게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심하기도 했다. 아니, 그냥 부러웠다. 나는 이렇게 전전긍긍하는 이런 성격인데, 쟨 그냥 생각 없이 행복한 것 같으니까. 남들이 보기에 어떻든, 그냥 본인이 행복하면 되었다는 사고방식.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고, 또한 밉게도 했다.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감정의 밑바닥에는 “부러움” 이 깔려 있었다.



나, 참 못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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