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뉘앙스

by 윤문

나는 나의 이름, 즉 성까지 붙인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성을 붙이지 않은 이름이 더 좋고, 직접 지은 필명 “윤문” 이 더 좋다.


내가 내 이름으로, 즉 성 붙인 이름으로 불릴 때는 항상 부정적인 상황에서이다.


어른들이 나를 내 성 붙인 이름으로 부를 때는 보통 혼낼 때 아니면 지적할 때이다. 나는 혼나거나 지적당하는 건 싫다.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보통의 또래보다 인정욕구가 큰 만큼 또래보다 훨씬 혼나는 걸 기피한다. 나에게, 나의 성 붙인 이름은 그저 혼날 때 불리는 기분 나쁜 별명에 불과하다.


또래들이 나를 내 이름으로, 그러니까 성까지 부를 때는 보통 친하지 않다를 넘어 엄청나게 어색할 때이다. 아니면 뒷담할 때. 내가 앉아 있는데 등 뒤에서 내 이름이, 그러니까 성 붙인 이름이 들리면 맥락을 몰라도 정말 싫다. 태연한 척하지만 이미 신경은 그쪽으로 쏠리고 마음은 이미 힘들다. 이때 나에게 나의 성 붙인 이름은 그저 뒷담 까일 때 불리는 불쾌한 별명이다.


하지만 내가 그 외의 이름, 즉 성을 뗀 이름이나 별명, 필명으로 불릴 때는 항상 긍정적인 상황에서이다.


나와 가장 친한 사람들, 엄마, 아빠, 여동생, 친척들, 단짝친구 등은 나를 부를 때 별명을 사용하거나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른다. 완전 친한 친구의 경우 그냥 “야” 라고 하기도 하고, 이름을 변형시켜 기분 좋은 별명을 만들기도 하고. 여하튼 긍정적인 상황의 경우에는 성을 붙이는 경우가 전무하다. 그래서 나에게 나의 성 뗀 이름은 긍정적인 뉘앙스를 띄는 단어이다.


내가 지은 필명인 윤문도 좋다. 내가 직접 지은 필명인 만큼 정말 마음에 쏙 든다. 물론 나를 윤문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없고, 아마 미래에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의 필명은 실제로 쓰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긍정적인 뉘앙스를 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순백의 종이같다.


동생이 즐겨 보는 만화 중 반려동물에 관한 만화가 있다. 그 만화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훈육할 때 반려동물의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해서 반려동물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거나 싫어하게 된다고 했다. 내 이름도 그런 경우일까? 물론 나는 동물이 아니기에 내 이름이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나에게 내 성 붙인 이름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띈다.


항상 성 붙인 이름을 부정적으로 쓰는 내 주변이 문제일까?


이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문제일까?


누구의 문제도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내 이름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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