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 Idea 개념으로 유저 User 이해하기
유저는 누구일까?
집단? 아니면 개인?아니면 어떤 개념?
철학과라 정의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자 하는 대상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해보지 않은 것도, 고민을 게으르게 한 것도 아님에도 쉽게 유저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어려운 답변에 굳이 저의 생각을 꺼내보자면 – 유저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케바케”라는 답변이 정확하다고 생각해요.(만물을 설명해주는 case-by-case)
지금은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많이 발전해, 컴퓨터라는 기기로 메타버스라는 이름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는 등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마법 도구 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컴퓨터의 본질은 왕똑똑한 계산기.
하지만 컴퓨터는 (비교적) 안 똑똑한 계산기이던 시절도 있었으며 – 그냥 그럭저럭 똑똑한 계산기일때도 있었어요. 물론 항상 그 당시에는 혁신의 혁신의 자리를 도맡았지만요!
컴퓨터가 “그럭저럭 똑똑한 계산기”가 되어가기 시작했을 때, HCI라는 개념이 등장했어요. HCI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충 UX비슷한거야~’ 라는 답변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요, HCI는 엄밀하게는 ‘컴퓨터와 인간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정도로 설명할 수 있어요. 컴퓨터의 발전으로 컴퓨터의 연산량은 인간의 “상호작용”이라는 범주까지 나아간 것이죠. 저희 교수님은 전통적인 HCI는 “한 개인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화면 디자인이나 효과음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사실은 정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좁은 의미의 UI/UX와 비슷하죠!
하지만 IT의 발전으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은 잘 구축된 IT인프라 속에 흡수되기 시작하고, 컴퓨터 시스템이 일방적인 정보 제공 이상의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하자 HCI를 그런 간단한 정의로 설명하기에 부족해지기 시작했어요.
1. 시스템에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기 시작했다.
2. 컴퓨터는 정보 제공자 - 유저는 정보 수용자 였던 과거와는 달리, 유저는 정보 제공자와 수용자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개인은 항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입장에 서지만, 당신은 누군가에게 컴퓨터처럼 역할하고 있을 거에요!)
3. 시스템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외부의 집단과 상호적으로 영향을 준다. (당연하겠지만, 모든 시스템이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요.)
이에 따라 시스템은 개인에 귀속되는 것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게 되어요. (HCI 2.0) HCI 1.0 (좁은 의미의 HCI)에서 H는 한 개인에 불과했지만, 더 확장된 개념인 HCI 2.0에서는 컴퓨터를 넘어선 디지털 기기 – 그리고 개인을 넘어선 집단과 사회까지 포함하여 그 상호작용을 설명하게 된 거죠.
H는 1.0에서 2.0으로의 발전으로 개인과 집단을 넘나드는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진화했어요. 이와 마찬가지로 유저라는 개념도 ‘개인이냐’, ‘집단이냐’하는 얄팍한 정의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경험으로 배운 유저는 조금 정의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유저’를 개인이나 집단이라는 명확한 개념에 치우쳐져서는 안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너무 거시적인 접근으로 유저라는 개념에 접근하게 되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사용자’나 실질적으로 우리가 조사해야하는 ‘사용자’가 AI나 컴퓨터가 아니라 지구 어딘가에서 자신의 시간을 겹겹이 쌓아온 인간임을 간과해버릴 거에요.
반면 - 너무 미시적인 접근 – 개인에 집착해 접근하게 되면, 다수의 이용자를 개개인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거에요. 이는 극단적인 커스터마이징과 다름 없으므로 현실적으로 건설적인 개발과 운영에 있어 불가능에 부딪히게 되는 거죠.
철학 알러지 있으신 분들 … ! 뒤로가기는 잠깐 stay … 설명을 한 번만 들어보세요 ...! 컴퓨터의 상당한 개념들은 인식론 공부를 통해 좀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나만 그런가?)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 ☑︎
‘개’는 가장 다양한 생김새의 포유류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직감으로 개와 개가 아닌 것을 구분해요. 만약 우리가 어떤 “개념”으로 ‘개’를 이해한다면, 정말로 세밀한 정의가 필요할 거에요. ‘네 발 달린’ 이라는 표현 때문에 의자를 개로 분류하지 않으려면 또 다른 제약을 필요로 하며 – “귀가 달린” 이라는 표현 때문에 한 쪽 귀가 없거나 작게 태어난 강아지가 ‘개’가 아닌 것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적절한 포용을 포함하는 … 그런 세밀한 정의! 강아지의 구석구석 중에 귀만 고려해봐도 강아지들의 귀는 수백만 가지는 될 것이며 – 앞으로 태어날 강아지들도 다 다른 귀 모양을 가지고 태어날 것이니 사실 상 강아지를 인식할 수 있는 엄밀한 정의는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만약 그런 정의를 할 수 있다고 쳐도 – 개 하나를 정의하기 위해 법전보다 두껍게 쓰여진 세밀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세밀한 정의 없이도 ‘개’를 이해하며, 심지어 처음보는 종류의 개도 막연한 직감으로 ‘개’임을 인식해요. 이때 그러한 ‘개’를 정의하게 하는 개념적인 산물을 ‘이데아’라고 일러요. 즉 이데아는 범주의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대상을 포함하는 개념이자, 개념으로서의 대상 그 자체인 것이죠. 다시 말해서 – ‘유저’라는 개념은 (실존하는) 정확한 대상을 포괄하는 추상적인 개념인 동시에 독자적인 대상으로서 학문에서 다뤄진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한 대상을 의미하는 개념이자, 그러한 대상들을 모두 아울러 설명하는 개념인 ‘유저.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개’라는 이데아를 글로 쓰기 위해서는 세상의 많은 개들을 조사 해야하듯 – 우리의 유저가 도대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존하는 유저들을 찾아 조사하는 방식을 필요로 해요. 물론 모든 유저들에게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겠으나, 귀납적 추론을 거치기 전에 특잇값 처리라는 단계를 임의로 사용한다면 의사결정이나 페인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에서 활용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에요.
이런 유저들에 대한 고민은 제가 2년 전 유저리서치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내용이에요. 어떻게 보면 앳되고 순수하게 유저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일 수도 있겠네요!
다음 글로는 이 유저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 (a.k.a 뼈아픈 실패)를 나누는 글로 돌아올게요. 유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철학적 이해는 한 스푼 덜어낸 글들을 써보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