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연 Jan 09. 2019

세상 하나뿐인 다이아몬드 원석을 깍아야 한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던 오태현이란 청년이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MIT 공대 초빙 연구원이 되는 기사가 실렸다. IMF 외환위기 당시 실직당하신 홀어머니를 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였지만, 학비가 없어 1년 만에 자퇴하고 자동차공업사 정비공으로 어린 나이에 힘겹게 생활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객에 이런 말은 다시 학업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너 공부 못하면 저렇게 돼. 라면서 아이를 훈육하시는 그런 분이 계셨죠. 그게 약간 어떻게 보면 제 안에 쌓였고, 그게 결국에는 나중에 추진력이 더 됐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영향도 준 것 같아요.”

한동안 공부와 거리를 두고 다시 공부하는 것은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다시 오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상업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 교육 내용은 다른데 다시 기초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검정고시와 재수를 통해 수도권 대학 수석 졸업과 카이스트 석. 박사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 나갔다.

보통 고등학교를 자퇴한 학생들과 상담할 때 검정고시를 권하면 다들 ‘내가 검정고시를 어떻게 합격하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도전을 하지 않거나 혹은 중도 포기한다. 그중에도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검정고시 합격으로 만족하고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오태현 박사는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하루하루 충실히 학업을 갈고 닦았다. 결국, 카이스트 연구실적 최우수상과 국내 유일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장학생 선발에 미국 MIT 공대 초빙 연구원까지 이뤘다. 분명 그는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더 자신을 갈고닦아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목표는 가지며 살아간다. 차이는 오태현 박사처럼 실행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갈고 닦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네 꿈이 무엇이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오죽하면 중학교 영어 수업에 ‘What do you want to be?’라는 표현까지 배우며 꿈을 대답하는 과거가 있었다. 누구도 꿈이 없다고 말한 사람은 없다.

2017년에 ‘핑크 스타’라는 다이아몬드가 804억 원에 팔리면서 가장 비싼 다이아몬드가 되었다. 역대 경매에서 팔린 다이아몬드 가운데 가장 비싸게 팔린 것이다. 그런데 이 다이아몬드 원석이 발견되자마자 804억 원이라는 가치가 정해졌을까? 아니다. 1999년 아프리카의 한 광산에서 발견되었는데 무려 2년 동안 수백 번 가공하고 깎아내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다이아몬드는 4가지 기준이 있는데, 4C라고 불린다. 4C는 ‘1. Carat은 중량, 2. Clarity 투명도, 3. Color 색상, 4. Cut 연마 즉 깎임’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도 연마하는 과정을 수반하지 않으면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없고, 단지 평범한 돌덩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 제작자도 원석을 보고 정확히 얼마의 가치라고 하지 않고, 어림잡아 ‘캐럿’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깎임이라는 연마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 하더라도 가공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다면 쓸모없다. 일반인이 보기에 돌과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 다이아몬드가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원석 무게를 최대한 살리며 컷팅해 최대 58면을 살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지어 어떤 다이아몬드는 한 면만 연마하는 데 10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연마하면서 가장 힘든 과정인 다이아몬드의 불순물과 찌꺼기를 제거하여 제대로 깎인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만약 제작자가 연마하는 과정이 지겹다고 중단한다면 원석의 가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가치는 떨어지고 만다.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다이아몬드 원석이다. 어린 시절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자랐는지 기억해 보면 알 수 있다. ‘머리가 멍청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라는 말은 어린 시절에 듣고 자라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집중력이 좋은 아이’,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 ‘눈치가 빠르고 영특한 아이’, ‘인사성이 밝은 아이’ 등 많은 칭찬을 듣고 자랐다. 이런 칭찬이 근거 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자신을 지켜보며 잘 아는 주변에서 하는 표현들은 근거가 있다. 즉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점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과 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꿈이 다르듯이 다이아몬드 원석 역시 제각각이다. 필요한 것은 원석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듯 우리의 재능과 꿈을 연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태현 박사가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기까지는 다이아몬드 원석에 불과했지만, 검정고시와 재수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밟는 과정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과정이었고 올바른 컷팅이었다.

세계 석유왕 록펠러가 젊은 시절 첫 직업은 석유회사에서 시작되었다. 학력과 기술이 내세울 만한 것이 없어서 그는 석유통의 뚜껑에 용접이 잘 되었는지를 검사하는 단순한 일이었다. 록펠러는 용접제가 뚜껑에 따라 떨어지는 것과 공정을 마친 석유통이 옮겨지는 단순한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일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주임에게 업무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만 주임은 이렇게 말했다.

“자네의 경력과 능력으로는 그 일밖에 없네. 하지만 기억할 게 있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네. 꿈이 확실한 사람이라면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누구보다 잘해 내고 말거든.”

록펠러는 자신의 업무인 용접기 옆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을 했다.

“맞아. 가장 기본적인 일에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거야. 기본에 충실해 맡은 일을 잘해 내면 나의 가치와 능력도 사람들이 알아보게 될 거야. 그럼 기회도 얻을 수 있겠지!”

록펠러는 석유통 뚜껑에 떨어지는 용접제의 양과 횟수를 관찰해보니 용접제에서 떨어지는 39방울보다 38방울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방울 하나의 차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회사 전체에는 일 년에 약 5억 달러의 지출을 줄이는 큰 결과를 가져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지루한 일을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단지 방울 하나의 차이를 줄였다고 해서 큰 성과라고 여기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차이는 록펠러를 석유왕으로 올려놓는 디딤돌이 되었다.

상담하면서 꿈을 이루는 과정을 물어보면 모르는 학생도 있지만, 실행하는 과정을 아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과정을 보면 너무 거창하고, 힘든 과정만 나열되어 있다. 내가 보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절제하는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과정 하나만 마치기도 힘들다. 그런데 매일 실행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은 제외하거나 무시한다. 사소한 실행도 없이 거창한 과정만 넋 놓고 바라보니 자신의 꿈은 지워져 버리며 자신이 품고 있는 다이아몬드 원석은 돌덩이로 변하고 만다.

태릉선수촌에서 이제는 진천 선수촌으로 이전했지만, 합숙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훈련 과정이 힘든 것도 있지만 매일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훈련과 꾸준한 식단조절이 더 힘든 과정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보일 수 있지만 4년이란 시간 동안 꾸준한 훈련을 한다. 지루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매일 깎는 과정에 충실한다.

4년이라는 시간!

자신의 꿈이 정해지고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4년 동안 꿈을 위해 매일 깎는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강의할 때 종종 이런 말을 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4년만 열심히 꿈을 향해 달리면 너희들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보아라. 선수들은 오직 금메달을 거머쥐었을 때만 영광스러운 순간이 엄청나다. 하지만 너희들은 꿈을 향하는 4년이란 과정에서 설령 금메달을 따지 못해도, 그 과정에서 얻는 전리품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깎는 과정이 바로 그 증거다”

누구나 원석이다. 오태현 박사와 록펠러가 자신만의 원석을 갈고 닦는 연마과정을 통해 가치를 드러낸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리 각자는 이미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인 4C 중에 3가지인 크기, 색상, 투명도 무려 3가지나 가지고 있다. 단지 4번째인 깎는 과정만 거치면 된다. 오랜 시간 원석의 연마과정이 길어 지루할 때 서서히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꿈을 위한 깎는 과정이 처음에는 흥미가 있다가 서서히 지루함을 느껴질 때 그때 조금만 더 연마하면 자신의 가치가 드러나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설문 조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