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할까?
대부분 “…….” 혹은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생각할 시간을 주고 나서 다시 물어봐도 ‘모르겠어요’라는 대답만 듣는다. 종이와 펜을 주고 다시 시간을 주고 적어보라고 권한다. 다행히 여러 가지 항목들을 적는다. ‘사교성, 유머, 게임, 운동’ 등 그 밖에 다른 강점들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 정도 생각하는 것도 다행이다. 대부분 종이에는 그림과 낙서만 어지럽게 있기 때문이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친절이나 정직, 근면, 대인 관계 등을 거론한다. 나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것’을 장점이라고 언급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바로 ‘자기 절제’다.
긍정 심리학자 피터슨과 셀리그먼은 심리적 강점과 덕목 (VIA) 에 대한 분류를 개발하였다. 1999년에 닐 메이어슨은 셀리그먼의 긍정 심리학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자신이 스스로 인정하는 강점과 장점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였다. 질문 목록에는 24개의 성격적 강점이 있었는데, 강점마다 10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세밀한 부분까지 조사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하였다. 강점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많이 검사된 강점은 친절함이었으며, 그다음으로 공정성, 진실성, 감사, 개방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성격적 강점 중에서 가장 적게 인식하는 강점은 ‘신중성, 겸손, 자기 절제’였다. 반대로 자신이 지금까지 실패한 원인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는 ‘자기 절제 부족’을 가장 큰 요인이 차지했다. 가장 적게 인식하는 것이자 실패의 가장 큰 원인에 ‘자기 절제’라는 결과가 나오는 걸 보면 성공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든 과정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인생에서 행복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특성들에서 두 가지 요소 ‘지적 능력과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새해가 다가오면 매년 똑같은 다짐을 하고 하루가 멀다고 자기 절제가 유혹에 굴복하는 것을 한두 번이 아닌 수백 번이나 될 것이다. 유혹에 굴복한 그 순간은 짜릿한 즐거움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아침에 퉁퉁 부은 눈으로 물 한잔과 함께 어제의 일을 후회하며 쓰러져버린 자신의 자존감만 힘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거의 모든 학생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것은 기지개를 피는 대신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다. SNS에 접속하여 자신의 글에 ‘좋아요’ 혹은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과 웹툰을 클릭하며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미소를 지으며 학교 갈 시간이 멈추거나 늦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글이 길게 늘어지면 인상 쓰며 무시해버리고 짧은 글과 댓글들을 보면서 만족해한다. 긴 글을 읽지 않는 이유는 생각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지 귀찮고 짜증 난다는 이유다. 단지 1분도 걸리지 않는 글에 마음을 가라앉히기보다는 길어야 2초면 충분한 글만 골라 읽는다.
고인이 되신 황현산 선생님께서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을 통해 마음이 걸린 부분을 언급하셨다.
“그러나 나는 청소년들의 과도한 말의 축약이 자주 마음에 걸린다. 거리에서 한 학생이 제 친구에게 ‘버정에서 기다려, 버카충하고 올게’라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버정’을 검색했더니, ‘버스정류장’이란다. 그렇다면 ‘버카충’은 ‘버스카드 충전’이겠다.”
이런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보니, 보내는 문자도 올바른 철자를 쓰기가 귀찮아서 이모티콘과 함께 단어 축약을 남발한다. 예전에 한 고등학교 남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고민이 ‘국어가 어렵다’라는 것이다. 지문 내용은커녕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SNS와 같은 짧은 글들은 이해가 빠르다. 글을 읽고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력은 단순히 정의하면 ‘생각하는 힘’이지만, 더 정교하게 말하면 추론, 관찰, 논리적인 사고와 함께 사물의 본질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통찰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력을 위해서는 먼저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잠시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글에 몰두하기 위한 절제가 필요하다. 역사상 자기 절제가 없는 위인들을 본 적이 있는가! 학생들은 상담하면서 대화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볼 때도 알 수 있다. 축약을 사용하여 말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사이는 자기 절제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이 배출되는 것과 같다.
학생들에게 ‘절제’하면 대부분 이런 이미지를 떠오른다. 산속에서 사는 도인, 선비 심지어 속세와 단절하는 모습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현재 위치에서 기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바로 절도 있는 올바른 말과 독서를 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보면 바보와 같다. 자신이 부자처럼 행동하면 뇌는 부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반면에 유혹에 굴복하는 패배자로 행동하면 뇌는 패배자의 역할을 한 치 오차도 없이 수행한다. 절도 있는 올바른 말과 독서를 하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때 우리 뇌는 자신이 절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찰스 다윈이 <인간의 유래>에서 “도덕적 문화의 장점은 우리가 자기 생각을 조절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찾아온다.”라는 문구가 아이들에게 무색할 정도이지만 방법은 있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자기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은 원래 변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66일이면 자신의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습관이 정착하는 데는 66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등급을 더 올려 **대학교에 가야지!”, “꼭 살을 빼서 멋진 몸매가 될 거야”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결심을 이뤄내는 사람은 10% 되지 않는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결심에서 차이가 있다. 실패하는 사람들 90%는 자신의 원하는 ‘모습’만 바라보며 결심한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한다.
“올해 성적을 올려 학업 우수상을 받을 거야”
“학업 우수상을 받기 위해 2G폰으로 바꾸고, 취약한 과목인 영어에 복습시간을 늘리고, 수학은 개념정리를 위해 인터넷 강의를 들을 거야.”
원하는 모습만 바라보는 것은 단지 작심삼일에 끝나지만 이룩하기 위한 ‘방법’에 집중하게 되면 길이 보이고, 특히 그 방법을 실행하면서 ‘자기 절제’라는 강점이 자라게 된다. 66일 동안 방법에 집중할 때 자동차가 있어도 열쇠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성공이라는 자동차에서 열쇠 역할을 하는 자기 절제 장점이 있게 된다.
자기 절제가 있다는 것은 자기중심이 확고함을 의미한다. 항해하던 배가 큰 파도에 휘청거릴 때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밖에서 돛을 잡는 힘없는 선원들이다. 선실에서 머리를 맞대는 선장과 같은 높은 사람은 배 한가운데 있어서 안전하다. 하지만 갑판에서 돛을 잡는 선원들은 배의 가장자리에 있으므로 밖으로 튕겨 바다에 빠지고 만다. 자기 절제에서 반드시 만들어지는 자기중심은 우리를 배의 선장처럼 안전한 위치로 옮겨준다. 남들에게 휘둘리며 자신의 중심도 없이 이리저리 휘말려 드는 것은 배의 가장자리에 돛을 잡는 선원과 같은 위치로 옮겨진다.
피터슨과 셀리그먼의 연구 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약점이자 실패의 원인을 ‘절제’라고 응답하였다. 완벽한 절제는 없지만, 최소 우리가 이루어야 할 꿈을 향한 ‘방법’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절제’가 필요하다.
“오늘 밤만 참아 보시지요. 그러면 다음번에는 참기가 좀 더 쉬워지고, 그다음에는 더더욱 수월해진답니다. 습관이란 타고난 천성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녔기에 악마를 굴복시키거나 몰아내 버리지요.” -햄릿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