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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12. 2019

이게 학교야? 감옥이지!

“내신 관리하기 위해 공부하고, 수행평가도 준비해야 한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 여가 생활은 꿈도 못 꾼다. 개미처럼 살아가는 것이 학교생활인지, 감옥 생활인지 구분이 안 된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감옥이 더 나을 것 같다.”

학교에서 힘든 사례에 대한 학생들의 깊은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무기명’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욕을 남기는 글이 대부분이지만, ‘학교가 감옥과 같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내용이 공통점이다. 종종 어른들은 학생들의 힘들고 버거워하는 점들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수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매일 상대하는 나는 학생들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험이 다가오면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하필 그때 학교에서는 아이들 표현대로 ‘너무 많고 까다로운’ 수행평가를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수행평가도 점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어떤 아이들도 즐겁게 하는 학생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마쳐서 제출한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아도 아쉬움보다는 학교에 불만을 터뜨린다. 한편 집에 있을 잔소리를 벌써 걱정하며,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남학생들은 PC방에 가서 잠시나마 자신에게 보상한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봉사활동 시간을 충족시키기 위해 주말마다 요양원이나 보육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온다. 그리고 다음 달에 있을 ‘전국연합 모의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학원에 앉아있고, 졸리는 눈꺼풀은 억지로 올리며 자세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부모님들은 피로를 빨리 풀고 체력을 위해 몸에 좋은 음식과 영양 보충제를 먹이면서 아이를 응원하지만, 정작 본인은 잠시 여가 생활이나 충분한 수면을 원한다.

먼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며 학교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학생에게 큰 박수갈채를 보낸다. 우리 학창시절과는 더 복잡해지고 달라져서 ‘과연 내가 지금 학생이라면 잘할 수 있을지’ 의문점이 든다.

다행히 고리타분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 방법은 있다. 그것은 환경에 적응하여 한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그렇다고 두손 두발을 들고 있을 수는 없다. 예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는 제자들과 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그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공부를 단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만나고 보면 그들은 사회에서 인정받고 매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었다. 심지어 사회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멋있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 제자들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학창시절을 ‘후회 없이 열심히 보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켜보면 학업 결과가 어떠하든 학창시절을 최선을 다해 보낸 학생들은 사회에서도 열심히 보내고 특히 학창시절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기에 사회에서도 닥치는 문제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라는 말처럼 학창시절에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맛보았기에 사회에서 인정받고 당차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문명 이야기>라는 대작을 저술한 역사학자 윌 듀랜트는 40년 이상 세계 역사를 연구하였는데, 특히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위인들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나를 포함한 우리는 ‘위대한 인물’들은 능력과 자질이 뛰어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으므로 위인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듀랜트는 결론 짓기를 ‘위대한 위인들은 그들이 뛰어나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 탄생’하게 되었다고 저술하였다. 위인전을 읽어보면 대부분 평탄한 시기에서 탄생한 위인은 없다.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의해서 탄생을 하였다.

학창시절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학교는 ‘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1대 100’ 역대 1인을 이뤄낸 개그맨 이윤석 씨가 이런 강의를 하였다.

“공부를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성공하려고? 공부를 안 한다고 못 한다고 성공을 못 하는 건 아니에요. 공부하는 이유는 경부 고속도로를 뚫는 작업과 같아요. 여러분이 나중에 가고 싶은 곳이 부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경부 고속도로를 서울에서 부산까지 뚫어 놓으면 나중에 대구를 가고 싶든지 대전을 가고 싶든지, 어떤 목적지가 생기든 도착할 수 있어요.”

자신의 목적지가 전국 어디라도 도착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국도를 이용하지 않는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아까워서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국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 더 빨리, 더 편하게 그리고 더 정확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국도보다 고속도로가 확실한 정답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성공적인 수시 지원 6장을 위해서 고등학생들은 생활기록부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진로희망’과 ‘희망사유’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런데 고1들을 상담해보면 자신의 꿈을 적어야 할 ‘진로희망’에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한다. 고3까지 한결같이 진로희망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에, 고1, 2 때까지 한결같다가 고3 때 갑자기 진로희망을 바꿔서 진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많다. 꿈이라는 것은 변할 수 있다. 어른들도 목표가 자주 바뀌는데 호기심 많은 아이는 얼마나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꿈이 변한다 해도 학창시절을 알차게 보낸 학생들은 무슨 꿈으로 변하였든 자신의 진로를 향해 어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그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학창시절이라는 고속도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열심히 달렸기 때문이다.

도착시각이 너무 길다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서 하차하는 사람은 없다. 도착할 때까지 끝까지 기다리는 일만 있다.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이 길고 지겹다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도로 한복판에 남아 거리를 헤매는 험한 꼴만 당하고 말 것이다.

요리 경력 약 25년 차며, 독설가로 유명한 ‘고든 램지’의 부주방장이 되었고, 1년 후 헤드쉐프까지 오르게 된 스타 쉐프 ‘강레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실패에 좌절하는 이유는 빨리 가지 못해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스무 살 때 요리사의 부푼 꿈을 안고 런던에 갔어요. 하지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배울 기회를 얻기 힘들었죠. 그래도 오기가 생겨 석 달 동안 무보수로 청소를 했고, 2시간 일찍 출근해서 일을 미리 끝내 남는 시간에 동료들을 도왔어요.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우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하루 20시간 일한 지 몇 년째, 저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볼 기회가 찾아왔어요. 결국은 제가 꿈꾸던 헤드쉐프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인생에 속성코스는 없습니다. 운이 좋아서 어설프게 기회를 잡아도 본질적인 실력이 없으면 어차피 망해요. 육수는 끓일수록 맛이 깊어집니다. 조바심내지 말고, 본인의 깊이를 키우세요.”

강레오 쉐프를 헤드쉐프까지 오르게 해준 건 ‘재능’이라기 보다는 수년 동안 하루에 20시간씩 꾸준히 달리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것이다. 버스가 최대한 달리는 속도가 제한되어 있듯이 인생에는 속성코스도 없다. 어떻게 보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환경이 오히려 오기를 생기게 만들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견뎠을 것이다.

다행히도 학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학교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더 긍정적인 점은 학생들에게 ‘살면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었던 순간’에 대해 작성해주라고 요청했다.

“포기했던 수학을 스스로 노력하여 점수를 많이 올렸을 때 보람 있었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왔을 때.”

“노력한 만큼 점수가 올라서 엄마가 칭찬해 줄 때.”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너 영어 진짜 많이 올랐다’라고 인정해 줄 때 보람 있었다.”

“내가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하여 성취감을 느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진다 해도 학교는 우리가 보람을 느끼도록 성취감과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다. 졸업 후 눈 앞에 펼쳐질 기회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강레오 쉐프처럼 그 기회를 붙잡을지 아니면 눈앞에서 놓칠지는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에 달려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너무 오래 앉아서 엉덩이에 쥐가 나면 잠시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기지개를 피고 목적지까지 기다리듯이 학교에서 너무 힘들면 잠시 충분한 휴식을 취해 재충전하면 된다. 다만 학교라는 환경을 탓해서는 안 된다. 그건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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