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여행지는 일본 후쿠오카로 정했다.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효도여행이기 때문이다. 테마는 효도 여행이 맞지만 휴양은 아니었다. 그리고 부모님보다 내가 더 들떴었다. 어렸을 적 짱구와 명탐정 코난(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했었기 때문이다. "일본 가면 편의점 가서 도시락 먹어야지~, 타코야키 먹어야지~" 등등 기대를 갖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 후쿠오카 여행 DAY1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8시 30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는 걸 못하지만 여행을 하는 날이라면 한 번에 일어난다. 후쿠오카 여행지는 인천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며 후쿠오카 공항과 시내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이 가능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보관함에 캐리어를 넣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모츠나베를 예약해 놯었다. 가게에 들어서니 일본에 온 것이 와닿았다. 왜냐하면 가게, 테이블 등등 정말 작았기 때문이다. 모든 게 아기자기했다. 식탁에 앉기 전까지는 좁지 보였는데 막상 앉아서 먹으니 적당한 크기였다. 모츠나베는 곱창, 대창, 채소를 끓은 요리이다. 상당히 기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괜찮았다. 모츠나베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건 우롱차이다. 평소 차를 즐겨 먹는데 우롱향이 진하게 올라오는 냉차가 나베의 느끼함을 싹 사라지게 해 줬다.
모츠나베
점심도 즐겨 먹었었으니 산책도 할 겸 오호리 공원에 갔다. 도심 속의 호수를 낀 큰 공원이었다. 호수 둘레를 따라 한 바퀴 산책하고 일본식 정원이 있길래 입장권을 구매해서 구경했다. 이곳에 더 볼만했다. 일본식 정원의 규모는 작지 않았지만 그 안에 있는 폭포나 의자는 또 아기자기 귀여웠다. 아마도 우리나라였다면 이보다 컸을 것이다. 이후 그 근처 후쿠오카 성터도 있어서 그곳까지 마저 둘러보았다. 모두 둘러보니 점심이 모두 소화되다 못해 배고파지기 시작했다.
(좌)오호리 공원 (우)일본식 정원
그래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대학가 근처에 있는 일본 가정식이다. 주중이라면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북적거렸을 텐데 주말이라 비교적 한산하고 여유롭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학생들에게 유명한 식당인 만큼 가격이 800엔 정도로 유명하고 메뉴도 30가지 정도로 다양했다. 그리고 맛도 맛있었다. 나는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이렇게 부드러운 함박스테이크를 처음 먹어본다.
음식도 맛있어서 놀랐지만 더 놀라웠던 건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이 엄청 깨끗했다. 작은 가정집은 개조한 것 같은 가게에 층고도 낮고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가게 내부였기 때문에 화장실이 그리 깨끗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화장실은 작지만 곰팡이 하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비대 뚜껑이 자동으로 올라올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일본식 가정 식사
저녁을 먹고 후쿠오카 타워를 보러 모모치해변으로 갔다. 후쿠오카 전망대에 올라서 후쿠오카의 야경을 봤다. 그런데 야경은 뭔가 어두웠다. 불빛이 밝지 않았다. 아마도 110V를 쓰기 때문인 것 같다.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모모치해변에서 바다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좌)후쿠오카 타워 (우) 전망대에서 본 후쿠오카 야경
숙소에 돌아가서는 쉬지 않고 다시 나왔다! 편의점에 가기 위해서였다. 편의점에서 야식과 아침식사를 구매할 예정이다. 평소에는 야식을 먹지 않는데 여행만 하면 야식을 먹는다. 한 끼라도 더 먹고 더 경험하기 위함이다. 편의점에서 유명한 음식은 거의 다 구매했다. 야끼소바 컵라면, 멜론빵, 돈까츠 샌드위치 등등. 숙소로 돌아와 하나씩 하나씩 먹었다.
편의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여행은 효도 여행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모님은 야식을 드시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이날 만보를 넘게 걸었다.
일본 후쿠오카 여행 DAY2
전날 저녁에 야식을 드시지 못한 부모님은 아침에 편의점 음식을 드셨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여행을 시작했다. 이날은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효도 여행에 맞게 온천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료칸. 그전에 일본식 찻집부터 갔다. 일정이 쉬는 시간 없이 빡빡한 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걸 경험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열차시간 전에 말차를 마시러 갔다. 일본 전통 가옥처럼 보이는 곳 안에 들어가니 다다미가 깔려 있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예절을 배우러 온 것만 같았다. 심지어 차를 내어 주시는 분은 차에 대해서 설명하시고 절을 하셨다. 이런 격식이니 무릎을 펼 수 없었다. 말차는 흔히 즐겨마시는 말차라떼가 아니었다. 단맛이 전혀 없는 말차가루와 물만 넣은 차였다. 그런데 쓴맛보다는 고소한 맛이 더 강했다. 이 맛에 반해서 말차가루를 구매했다.
말차
말차는 10분도 안 되어서 마시고 나왔다. 무릎도 아프고 곧 열차를 타러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전체 후쿠오카 일정 중에서 이 기차일정을 가장 기대했었다. 왜냐하면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기 때문이다. 일본이 또 도시락으로 유명한 나라이고 기차 안에서 먹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기대가 두 배였다. 역사 안에서 먹고 싶은 도시락을 구매하고 기차를 탔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부스럭부스럭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는 이 순간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도시락을 다 먹고 남은 시간은 가타카나를 조금 외웠다.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제2외국어도 매번 중국어를 선택했기 때문에 몇 문장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아는 오빠가 일본은 외래어를 가타카나로 쓰기 때문에 가타카나만 외워도 몇 단어는 읽고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도착할 때까지 가타카나를 주구장창 외웠다. 이게 나름 도움이 되었다.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사려했을 때 부모님과 나 둘 다 까막눈이 되어서 오빠가 올 때까지 기다렸었는데, 이제는 한자를 많이 알고 있는 부모님과 가타카나를 조금 읽을 수 있게 된 내가 합심하여 유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가타카나 읽는 게 너무 느려서 영어를 읽는 게 더 빠를 지경이었다.) 한글을 깨우친 어린아이 마냥 가타카나만 보이면 큰소리로 읽으면서 걷게 되었다. 부끄러움은 가족 몫이다.
열차, 도시락
드디어 도착한 유후인! 숙소에 들어가니 일본 시골의 느낌이 정겨웠다. 바로 욕조에 온천수를 담았다. 료칸이 있는 숙소라 꽤나 비용이 든 숙소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 온천을 즐기리라 마음먹고 첫 온천에 들어갔다. 이게 쉬는 거지! 온천을 하고 나오니 전날 만보 넘게 걸은 다리가 풀어졌고 노곤노곤하니 등만 닿으면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지어 코타츠(일본식 전기장판 탁자?)에 들어가니 더 노곤노곤해졌다.
숙소
잠깐 쉬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와규 샌드위치를 먹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 메뉴는 점심에만 파는 메뉴라고 한다. 자리까지 다 잡았는데 다시 나가기도 뭐 하고 해서 세트 메뉴를 먹기로 했다. 잠시 나갈까 고민한 이유는 와규가 저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좋은 경험이니 먹기로 했다. 와규는 깜짝 놀랄 만큼 맛있었다. 다들 한 점씩 먹고 와- 감탄했다. 또 와규 차즈케도 주문했다. 차즈케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먹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부산에서도 장어 차즈케는 유명하다. 그런데 뜨거운 물은 와규에 부어서 먹는 음식이 생소하고 궁금해서 주문했다. 부모님 입맛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나는 먹을만했다. 그렇지만 물이 식기 전에 먹는 게 맛있는 것 같다.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 고기는 고기인 것일까 금세 든든해졌다.
와규
와규 초밥, 와규 차즈케
저녁을 먹고는 또 근처 마트에 가서 야식거리와 아침거리를 샀다. 또 숙소로 돌아와서 반신욕을 하고 야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잠을 잤다.
일본 후쿠오카 여행 DAY3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킨린 호수를 보러 갔다. 아침에 가면 물안개가 껴서 더 예쁜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도 마침 부슬부슬 오니 더 판타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물안개는 별로 없었다. 드라이아이스를 넣은 것 마냥 아주 약간의 안개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아침 일찍 산책을 하니 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다만 공복 산책이었기 때문에 아침밥 전투력이 상승했다. 음식물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하게 먹고 또 여행을 시작했다.
킨린 호수
아침에 킨린 호수를 보러 가는 길목이 오늘 여행할 곳이었다. 음식, 기념품 등 가게가 쭉 나열된 길목이다. 먼저 고로케를 먹었다. 한국의 고로케보다 좀 더 크리미 한 고로케이다. 다음은 버섯튀김도 먹었다. 역시 뭐든 튀기면 맛있다. 여러 기념품 가게도 들려서 구경했다. 그리고 면세를 해주는 마트도 있었다. 그곳에서 여러 가지 간식들을 구매했다. 그리고 이곳에 뽑기가 있었다. 동전을 넣고 돌리면 피규어가 나오는 뽑기였다. 온천을 하고 있는 짱구 테마에서 동전을 넣었다. 맹구가 귀여웠는데 짱구가 나와도 상관없다. 다만 짱구 원장님만 안 나오길 바랐다. 그런데,,, 짱구 원장님이 나왔다. 짱구가 두목이라고 부르는 그 원장님.... 아... 오빠는 원피스 테마에 동전을 넣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루피(원피스 주인공)가 나왔다!! 희비가 갈리는 순간이다.
(좌) 버섯 튀김 (중) 지브리 가게 (우) 뽑기에서 뽑은 짱구 원장님
이후 점심시간이 되어서 점심으로 라멘을 먹으러 갔다. 가게 이름은 사무라이 라멘. 시그니처 메뉴도 사무라이 라멘이다. 신기하게 돼지고기와 해조류가 같이 들어가 있었다. 맛있었다. 그런데 시그니처 메뉴보다 돈코츠라멘이 더 맛있었다. 점심을 먹었으니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실 차례이다. 유후산이 전망으로 보이는 카페에 갔다. 그곳에서 커피, 나는 푸딩을 먹었다. 유자를 짜서 푸딩과 떠먹는 형식이다. 양이 적은 게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전망은 거의 보지 않았다. 역시 전망보다 음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거리에 가서 타코야키를 먹으러 갔다. 아쉽게도 작은 크기의 타코야키 집은 문이 닫아서 대왕 타코야키를 먹었다. 맛은 있었지만 한입에 들어가는 타코야키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카페
(좌)라멘 (우)대왕 타코야키
하루종일 먹고 걷고를 반복하니 하루가 끝났다. 이날도 역시 전날과 비슷하게 또 온천을 하고 야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유튜브도 보면서 말이다.
야식
일본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시 후쿠오카 공항으로 돌아가야 한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일본에서 먹어보고 싶은 것도 다 먹어보고 온천도 거의 7번을 했다. 알차게 다녀온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효도 여행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의견이 중요하다. 부모님한테 여쭤보니 아직까지는 같이 다닐만하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의미가 담긴 답변이었다. 다들 좋았다니 만족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일본 카레와 우동을 점심으로 먹고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말차라떼, 카레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여행을 그리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색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초밥이나 돈까스와 같이 일본음식을 쉽게 먹을 수 있고 한중일 문화도 다르지만 유럽만큼 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다녀온 일본은 달랐다. 일본만의 느낌이 있다. 시골을 특히 일본의 고즈넉한 느낌을 담고 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자동차, 공간들이 귀엽다. 특히 경찰차가 장난감 마냥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