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소유욕부터 경쟁심, 구애 행동,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예술적 창조, 낯선 것에 대한 경계, 자존감, 불안, 공포, 외로움, 복수심에 이르기까지 철학적 자아의 모든 감정과 생각은 뇌가 작동해서 생긴다. 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모르고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을 이해할 수가 없고, 호모 사피엔스의 본성을 모르면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말한다. '나는 뇌다.' (p 48)
뇌는 생존을 위해 조합한 기계이다. (p 54)
DNA는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나선형 뉴클레오티드 사슬이다. '불멸의 코일'을 만드는 뉴클레오티드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진다. 이것을 생명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연결 순서만 다를 뿐, 모든 동식물의 DNA는 같은 언어로 씌어 있다.
모든 생물의 DNA가 동일한 알파벳으로 씌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에서 유래했음을 입증하는 유전학의 증거다.
(p 118~119)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세포가 터진다. 죽지 않으려면 겨울 여행을 잘해야 한다. 동물은 세포에서 당을 태워 열을 내지만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에 보내던 수분과 영양분을 끊는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p 120)
세상의 많은 종교와 윤리 도덕 강령 중에서 과학적 진리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불교의 연기법緣起法이다. 연기법은 붓다가 깨달은 보편적 진리로 그 자체가 과학이다. 시공간의 모양과 물질의 분포는 어느 쪽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쪽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를 결정한다. 둘은 상호의존 관계다. 이것을 불교적으로 해석한 것이 바로 연기법이다. 어떤 사물도 다른 것과의 관계를 떠나 독립해서 존재할 수는 없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의미를 가진다. (p 235)
석가모니와 부처는 산스크리트어 샤키아 모니(샤키아의 성자)와 붓다(깨달은 사람)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중국 글자 말을 우리 식으로 읽어 한글로 적은 것이다. (p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