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 작가의 청소년 소설이다.개인적으로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중년의 꼰대가흥미를 가질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학생들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다.
1부는 작가의 경험에 기대어 쓴 세 편, 2부는 오로지 상상력으로 쓴 두 편, 3부는 청소년 시절에 쓴 두 편, 총 일곱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한 마음'에 아이돌인 학생이 등장한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 아이돌 연습생, 이미 데뷔한 아이돌, 그리고 배우 지망생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들은 책상 위에 쓰러져 자거나 소속사 차량을 타고 학교에 잠시 들러 출석 체크만 하고 다시 부랴부랴 떠나곤 했다. 수행평가도 지필평가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오직 졸업을 위해 출석하는 모습에 부정적인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 아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다녔을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안녕, 장수극장'은 장수라는 이름은 가진극장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저자의 할아버지는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장수극장을 만들었다. 작은 읍의 유일한 극장으로 모두의 사랑의 받았던 장수극장은 '장수'라는 이름과 달리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된다. 모두의 추억으로 남게 될 장수 극장은 어린 시절 낡은 극장을 떠올리게 하는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고백루프'는 웹소설이나 순정만화에 어울릴만한 전형적인 하이틴 연애소설이다. 키 크고 잘 생기고 성격 좋고 여학생 사이최고의 인기남이며 심지어 노래도 잘하는 남자 주인공이있다. 나는 작고 뚱뚱하며 예쁘지 않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여학생이다.
그 잘생긴 남자가 날 좋아하는 거 같다. 대체 왜? 오늘 그 남자는 나에게 고백을 하려는 모양이다. 나는 그 고백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계속피하지만고백데이는 무한 반복된다. 이 루프를 빠져나오려면고백을 들어야 할까?남자 주인공은 지현, 나는 현지. 둘의 이름도 무한 반복된다.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가시'와 '발톱'은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에 쓴 소설이다. 무려 대산청소년문학상에 입상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이 작품들을 공개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하지만, 나는 고등학생이 이렇게까지 쓸 수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청소년이 주인공이면서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이라 더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청소년소설에 몇 가지 갈래가 있다고 보는데,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 주인공이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이 보기에 적합한 소설, 청소년이 직접 쓴 소설로 나눈다. ... 청소년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소설 쓰던 청소년이 결국 소설가가 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직 소설을 써 본 적 없는 어떤 청소년이 이 작품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작가의 말>>
이 책의 특이한 점은 각 부 마지막마다 작가의 글이 있어 작품을 쓰게 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작가의 생각이나 경험이 어떤 기획을 거쳐 작품으로 완성되는지, 진정성 있는 작품을 위해 본인이 잘 알고 있는 경험을 어떻게 녹여내는지.
소설을 쓰거나 웹툰을 그리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중 몇 명은문예 창작학과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를 진학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작가를 희망하는청소년들이 읽기 좋다. 이 책을 읽고 본인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 바란다. 나도 소설이 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