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자런의 경고: 우리는 지구를 낭비하고 있다
<랩 걸>의 저자인 호프 자런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중에 출간한 책이다.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 소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팬데믹 당시 잠시 멈췄던 지구에서 자연이 회복되는 것을 보며 우리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해왔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 이전의 소비 습관으로 돌아가 여전히 비행기를 타고 불필요한 쇼핑을 하는 등 낭비를 계속하고 있다.
자런은 인류의 소비 행태가 지구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지적한다. 육류 생산은 막대한 자원 투입을 필요로 하는데, 지구 담수의 30%와 항생제의 3분의 2가 가축 사육에 사용되며, 인간이 소비하는 곡물 10억 톤과 맞먹는 또 다른 10억 톤의 곡물이 가축 사료로 쓰인다. 그 결과는 1억 톤의 고기와 3억 톤의 분뇨이다. 해산물 생산 역시 비효율적이어서, 1kg의 연어를 얻기 위해 3kg의 연어 사료가 필요하며, 이 사료 1kg을 만들기 위해 다시 5kg의 작은 물고기가 갈려 사용된다. 결국 1kg의 연어를 위해 총 15kg의 작은 물고기가 희생되는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렇게 얻은 음식물의 40%가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굶주리는 나라에서 필요로 하는 음식량과 맞먹는다. 자런은 또한 "물건을 주문하면 지구 반대편 창고에서 24시간 안에 발송해 주는 시대"에 살면서 식량 재분배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문제점을 알면서도 육류를 즐기고 여행을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과연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저자의 아버지가 기술 발전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과는 달리, 과학의 발전은 오히려 지구 환경 악화와 그로 인한 인간의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했다.
20세기 초 산업혁명의 속도와 기계 미학을 찬양했던 미래주의가 결국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으로 소멸되었던 것처럼, 무분별한 발전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자런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독자에게 자신이 제시한 수많은 문제점 중 가장 공감하고 기꺼이 희생을 감내할 만한 주제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부터 실천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개인의 실천을 넘어 자신이 속한 사회에 자신의 가치관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OECD 회원국 시민들은 지구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의 3분의 1, 전 세계 전기의 절반을 사용하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배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의 변화와 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왜 필수적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