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하하)
11월로 달력을 넘기려다 달력 뒤에 어디 절에서 받아 온 다른 달력이 있었다.
엄마는 원숭이띠, 큰언니는 토끼띠, 나는 호랑이띠.
엄마와 큰언니는 원진살, 나와는 상충살이라는 걸 보고 헛웃음이 삐져나왔다.
잘은 몰라도 단어가 주는 느낌에서 감이 왔다.
그럼 그렇지, 어지간히 안 맞더라!
그간의 우리가 대충은 설명이 되는 구간이었다.
띠별 궁합이야 백 프로 믿는 건 아니지만,
궁금해서 찾아보니 원진살은 서로를 미워하는 관계, 상충살은 서로 부딪히는 관계라고.
그런데 참 신기하다.
안 맞는다, 안 맞는다 해도
가족이라는 이름은, 엄마와 딸은 원진살이고 상충살이고를 뛰어넘는구나!
어느 날은 큰언니랑 엄마가 한바탕 한다.
지켜보는 나는 별 것도 아닌데 그만 좀 하지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한참 있으면 언니는 '엄마, 속상했지?' 하면서 엄마 얼굴을 쓰다듬는다.
"왜 큰 딸 성질머리는 이렇게 못되게 낳았어?"
미안하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다.
"네가 고생이다. 엄마도 큰 소리 내서 미안하다."
여든 넘은 엄마와 환갑이 넘은 언니.
고운 두 분 모습이 이제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막 싸우다가 화해하다가 또 미안해서 우는 날도 더러 있는데...
물론 가끔이지만 이걸 반복한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엄마와 나는 서로 부딪히는 관계가 맞는 것도 같다.
어느 날은 내가 엄마한테 짜증을 낸다.
언니는 '네가 어디 엄마한테 짜증을 내?!' 하면서 나를 혼낸다.
나는 물건을 제 자리에 놓지 않으면 불편하고
엄마는 그래도 괜찮은 성격이라 나름 꾹 참다가 말한 건데...
언니는 동생이 엄마한테 짜증 내는 꼴은 못 보고,
사실 나도 언니가 이유가 뭐든 엄마한테 성질해는 건 싫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내로남불이기는 하지만
결국 누구든 엄마를 건드리는 건 싫은 마음.
엄마를 아프게 하는 건 못 견디는 마음은 같다.
원진살, 상충살.
좀 무서운 단어이기는 한데 우리한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거뜬히 뛰어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