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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 가면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

by 두움큼

가끔 엄마는 뜬끔없이 말씀하신다.

"술도 안 먹고, 담배도 안 하고, 그저 착한 사람 만나. 너네 아빠 같은 사람 말고!"

나는 속마음을 숨긴 채 '흐흐' 웃어넘기고 만다.


엄마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빠 같은 사람 만나고 싶은데...

왜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하실까?! 이미 가진 자의 여유실까?


사실 아빠는 동네에서 유명한 술고래셨다.

아빠에게 반주란 없었다. 한 번 술을 입에 대면 일주일 내내 드셨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술이라면 아주 지겹겠지만 아빠의 술주정은 주로 잠자는 것, 짜글짜글 제육볶음해오라는 것 정도였다.


술에 취한 아빠를 집으로 모셔 오던 초등학생 때,

'아빠는 뭐가 그렇게도 잊고 싶은 게 많아서 술을 드셨을까?' 어린 마음에도 아빠의 고단한 삶을 걱정했고 내가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다.

아빠를 부축해 오는 것도 전혀 부끄럽지가 않았다.


나는 성격도 생김새도 아빠를 많이 닮았다.

아빠는 얼굴이 작고 갸름하셨고 체형도 왜소하지만 단단했다.

행동 하나하나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야무지셨다.

바구니며 뜨개질 손수 만드신 걸 보면 기가 막히게 손재주까지 좋아서 나는 아빠에게 뜨개질을 배웠다.


mbti로 치자면 아빠는 극 ‘I'와 'J' 셨을 거고, 아빠가 일구는 논밭은 그 주변까지 더없이 깔끔했다.

실없는 말씀도 일절 하신 적이 없고 딸들에게 큰소리 한번, 회초리 한번 드신 적이 없었다.

'아빠가 더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실 만큼 다정하고 섬세하신 분이셨고

나는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줄곧 생각했다.


엄마는 꼬장꼬장하고 깐깐한 아빠가,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어쩔 땐 강퍅한 구두쇠 같은 모습이 답답하고 안 맞으셨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점도 좋은데...


막내딸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잘 알겠습니다만

엄마는 만난 아빠 같은 사람! 나는 만나고 싶은데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냐고 되려 묻고 싶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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