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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야 Apr 08. 2019

빈대떡 신사

상향 비교와 하향 비교 

빈대떡 신사


"돈 없으면 대폿집에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한 푼 없는 건달이 요릿집이 무어냐 기생집이 무어냐"


비 오는 날에 간혹 빈대떡 생각이 날 때 흥얼거리는 이 노래가 세상에 언제 나왔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이렇게 오래된 노래인가 하고 사뭇 놀랐다. 처음에 발표된 때가 무려 1943년. 이 노래를 불렀던 한복남이란 가수분은 1919년에 태어나셨다고 하니, 벌써 100년 전에 태어나신 분이 불렀던 노래다. 그런데도 이 노래의 가사는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데다가 시대를 관통하는 그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것 같다. 


무슨 유행가 노래 가사를 갖고 무슨 중독성이니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냐고 핀잔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사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을 내면 핀잔받기 십상이다. 자기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평범한 진리이지만, 살다 보면 누구나 욕심을 부리기 마련이다.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릿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데 왜 맞을까 왜 맞을까 

원인은 한 가지 돈이 없어" 


신사가 매를 맞는 대목에선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었지만 정작 이 신사는 돈이 없었던 것이다. 돈이 없는데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부렸고 결국은 매를 맞고 끝난다는 결말이다. 노래를 들을 때 그렇게까지 처지가 딱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바로 이어지는 다음 가사 때문이었다. 


"와하하하 우습다 이히히히 우스워

애해해해 우습다 왜해해해 우스워"


- 그래, 돈 없으면 매를 맞는 게 당연하지. 우습지. 신사의 체면이고 뭐고 돈이 없으니까. 양복을 차려입었길래 돈이 많은 줄 알았잖아.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는 게 분수에 맞는 거지. 쌤통이구나. 맞아도 싸다. 하하하하. - 뭐 이렇게 이어지는 생각 때문에 매를 맞는 신사의 모습이 우습기만 했지, 딱하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는 상향 비교를 하느냐 하향 비교를 하느냐 차이에 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성취한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보다 더 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하는 성향이 있는 반면, 상향 비교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항상 부족하게 생각하고 결핍을 느끼면서 자기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과 비교를 하기 때문에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빈대떡 신사처럼 길에서 매를 맞으면서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하향 비교" 성향을 가지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스쳐가듯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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