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생각하는 힘 믿어보기
습관적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머릿속에 궁금한 것이 떠오르는 순간, 머리를 사용해서 답을 구하려고 생각하려는 것보다는 손이 스마트폰으로 향한다. 거의 조건반사적이다. 왜냐면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보다 스마트폰에서 찾은 "남의 생각을 빌리는 것"이 에너지도 적게 들고, 비용도 적게 들뿐더러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의 생각을 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고민해서 나온 생각과 답에 대해서, 그 권위를 스스로 과소평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만의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조차도 네이버와 유튜브가 나보다 전지전능하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이다.
수많은 솔루션들이 엄지손가락 끝 몇 번의 튕김을 통해서 나에게 즉시 전달된다. 우리의 "생각하기 근육"은 근손실이 발생하고, 엄지 손가락의 세밀한 근육은 점점 발달해 간다.
더 이상 종이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는 사람들은 없다. 운전을 할 때, 길을 머릿속에 외워두고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까지 가상의 경로를 생각하면서 운전을 하던 그런 시대는 이미 끝났다. 스마트폰 속 네비는 훨씬 편하고 정확하게 목적지를 안내해 준다.
남자 친구 생일에 마땅한 선물을 고를 때도 남의 생각을 빌리고 싶다. 내 생각대로 했다가는 왠지 낭패를 볼 것 같은 느낌이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 보니 친절하게도 20대 남친, 30대 남친, 40대 남친, 심지어는 군인 남친까지 연관 검색어로 떠 오른다. 남자 친구의 취향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나도 모르게 전지전능하신 님이 알려준 군인 남친이 좋아할 생일 선물 리스트를 찾게 된다. 그렇게 해서 고른 선물을 막상 받아 든 남친의 얼굴이 밝지 않으면 그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거, 네이버에서 탑으로 추천받은 군인들이 좋아하는 선물이라고!". 그렇게 또 남친은 자기가 선물이 맘에 들지 않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차단한다.
어떤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심하고 무료할 때 즐거워지고 싶을 때엔 스스로 즐거운 일을 계획하고 행동하면서 느끼는 것보다는, 남들은 무슨 생각으로 즐거워하는지 그저 스마트폰에서 찾으면 된다. 감동을 원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슬퍼지고 싶을 때, 우리는 그저 남들의 생각을 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남의 생각을 빌려오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작아지고 있고, 거기에서 오는 효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바쁜 시대에 이것저것 혼자서 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구하고.. 이런 식으로 어떻게 살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지도를 펴 놓고 운전을 할 것이며, 남친 선물 고른다며 백화점이며 쇼핑몰을 일일이 다닐 수도 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잠깐 멈추고, 우리는 진실하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효용으로 행복해졌는지를, 그렇게 해서 아낀 시간에 정작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정작 내 인생을 남의 생각을 빌려서 쉽게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리는 스스로 충분히 사유하고 생각할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단,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만 그렇게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