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체로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보다는 확실한 것을 알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미래 예측을 위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단정적이고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1. 며칠 전 직원 한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차 한잔을 하면서 나누다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얼마 전 점집에 가서 결혼에 대한 사주를 본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사귄 분이 계신데 그 분과 결혼을 하게 될지 아닐지,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결혼 생활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 점을 보고 오셨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긴 만큼 서로에 대해서 많은 정보와 공유된 경험이 많았을 것일 텐데, 그래도 결혼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선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셨는지 점을 보면서 확실한 답을 얻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2. 주식투자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려고 할 때 기업의 분석과 정보보다는, 앞으로 오른다 or 내린다 중에 확실한 것에 배팅을 하려는 생각이 더 투자자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따른다면, 기업의 재무제표, 비즈니스 모델, 시중의 금리 흐름, 경쟁 우위 등의 정보 등을 기반으로 매수 혹은 매도의 판단을 내려야 하겠지만, 그런 것보다는 단지 지금 엔비디아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라던지, 지금 매도하지 않으면 폭락장에 서 더 큰돈을 잃을 것이라던지 이런 단순하고 확정적인 논리가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3. 정치적인 신념이 강한 경우에도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의 확실한 승리를 기대합니다. 두 후보 간의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이 아니라 이미 뻔한 결과가 보이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확실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커진 나머지, 자신의 지지를 정당화하는 확실한 결과만을 찾으려 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상황을 선호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은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확실한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원시 시대에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심리는 때로는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편견이나 오류를 낳을 수 있지만, 인간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적응 방식이기도 합니다.
어떤 주술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내려준다면 기대가 채워질까요? 비가 오지 않아서 기우제를 지낼 때 내일은 반드시 비가 온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거나, 이 사람과 결혼하면 평생 행복할 거라고 확언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은 누구에게서 확실한 정보를 얻어올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