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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Jan 28. 2023

아무 생각 없이 여행하는 법

도쿄로 떠났습니다

여유를 아는 힘을 찾아, 도쿄로 떠났다. 연휴에 맞추어 일본행 티켓을 끊었다. 정말 여행을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게 몇 년 전이다. 뭐 늘 여행이란 것이 그렇다만. 어느새 컴백 한국이다. 이번 4일간의 도쿄여행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동안의 여행 중 가장 '아무 생각이 없던 여행'이었다. 가히 성공적이다. 이걸 찾기 위해 떠났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 글을 손에서 놓고 있었다. 정확히는 정돈된 글을 놓은 지 몇 달이 지났다. 글은 참 솔직하다. 손에서 멀어질수록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 정도가 소름 돋게 정확하여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게 두려워질 참이면 글을 놓은 지 오래되었다는 증거이다. 그래도, 다시 용기 내어 글을 쓴다. 나는 작가이니 말이다. 


변명을 해보고 싶다. 요 몇 달간, 많이도 아팠다. 머리도 아팠고 마음도 아팠고 몸도 아팠다. 불안정한 삶을 향해 뛰어드는 대가는 예상보다 더 고됐다. 그런 비유가 있지 않은가. 백조는 겉으로는 고고하지만 물아래에서는 쉼 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고. 딱 그런 모양새였던 듯하다. 아, 그렇게 보이는 줄 착각했다. 여행의 셋째 날은 나의 생일이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따뜻한 마음을 전해받았다. 1년에 하루 있는 생일이라 함은 상대방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글로 전해받을 수 있는 특별한 날이다. 그런데 한 가지 놀랐던 점이 있다. 나는 힘든 모습을 통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인데, 연락을 준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제발 건강도 챙기면서 일해" "요즘 일하느라 바쁘겠지만, 쉬어가면서 해"


초반에는 으레 하는 말이려니, 했는데. 열이면 열 모두 건강을 챙기며 일하라는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얼핏 보아도 내가 무리하며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단 것이다. 부정할 수 없었다. 여느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처럼 핸들이 고장 난 트럭같이 달렸다. 트럭이 고장 난 줄도 모르고 말이다. 트럭은 시동을 끄고 도쿄에 도착했다. 낯선 장소, 새로운 공기, 어지러운 골목들. 여행은 오감으로 하는 게 맞다. 모든 신경이 열리게 되는 경험이다. 다른 생각을 할 틈새가 없었다. 그렇게 4일을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돌아다녔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여유가 낯설었다. 그리고 이내 편안함을 느꼈다.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는 건가?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다. 그럴수록 이번 여행의 목적이 분명해졌다. '여유를 아는 힘을 찾기.' 멀리 가는 사업가는 여유를 아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늘 온몸에 힘을 가득 준채 달리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시동이 폭파해버리고 말 것이다. 멍-하니 기차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소중했다. 그간 착각했다. 여유란 해야 할 일을 모두 만족스럽게 마친 후 스스로에게 허용해 주는 것이라고. 여유는 선물이 아니라 식사다. 하루하루 되도록이면 정성스럽게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이다. 


새삼, 부끄럽기도 하다. 작가라는 작자가 글 쓰는 것에 머뭇거리다니 말이다. 글 쓰는 것도 나에게는 강력한 여유의 일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을 쓰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혼자만 보는 글을 너무 오래 쓰면, 보이는 글을 쓰는 것에 인색하게 된다. 


문득 내게 생일 축하 연락을 준 한분이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셀린 님.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여유가 있다는 건데, 여유가 있다는 건 실력이 있다는 거죠. 늘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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