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김미경의 리부트'
2021년은 태풍의 눈이다. 거대한 태풍의 한가운데에 서있으면 고요하다. 언제가 될지 예상할 수 없지만 코로나가 갑작스레 찾아왔듯, 갑작스레 멀어질 수 있다. 멀어진다는 의미는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의 종식, 두 번째는 코로나와 공생. 둘 중 어느 것이든 세상은 놀랍게 변화할 것이다.
코로나라는 단어가 지구를 집어삼킨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초 해외봉사를 다녀올 그즈음 우리나라 확진자는 3명 남짓이었다. 라오스에 있으면서도 매일 뉴스를 확인했고, 7명이 되었다는 뉴스는 큰 공포에 떨게 했다.
오늘 신규 확진자는 1,793명. 한 자릿수, 두 자릿수, 세 자릿수를 넘어 2천 명 가까이 되는 확진자가 되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숫자들을 받아들였다.
혹, 흘러가는 상황들을 받아들이기만 한 채로 '마스크 너무 싫어', '우리 언제 만나?' '놀러 가고 싶어'만 외치고 있지는 않나? 태풍의 눈에 가려져 앞으로 닥칠 거대한 변화의 폭풍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얼마 전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세상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아니 이미 진화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다면 세상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마치 IMF 때처럼 말이다.
온라인과 세이프티. 코로나 팬데믹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두 가지다. 어떤 일에서든 두 가지가 보장될 수 없다면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또한 세상의 질서는 현재 흐트러졌고,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질서를 만들어가는 이들은 이미 그 질서를 알고 있고 따라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우리는 아직 질서를 알지 못한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그 질서가 뚜렷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치열하게 세상의 질서를 미리 알아내려는 자들이 앞서갔기 때문이다.
세상의 질서는 분명히 변한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변화들만 해도 1년 전이라면 상상하지 못할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지는 변화들을 낯설게 바라보아야 한다. 작년에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직접 서서 닦는 청소부가 고용되었고, 올해에는 자동 살균 기계가 설치되었다. 비접촉 배달과 택배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로봇이 배달을 해준다.
강남 8 학군은 무너질 것이다. 대학의 위계질서 또한 무의미해질 것이다. 집에서만 공부하는 온택트 시스템으로 인해 학군의 의미가 무색해졌고, 3년간 피땀 흘려 공부해 들어간 명문대가 사이버대가 되었다. 사람들 간의 사회화와 집단력에 의해 만들어진 '좋은 것'들이 유효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온라인 세상에서 새로운 교육 체제가 자리할 것이다.
대면하는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해도 사람이 많거나 접촉이 많다면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안전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변환해야 한다.
곧 AI가 많은 직업군을 대체할 것이다. 선생님, 기자, 아나운서, 판사, 종업원, 약사 등 직업의 위계질서와 생존 방식은 변화하고 만다. 사라지는 직업의 수만큼이나 새로운 직업, 새로운 업종이 생겨날 것이다. 새로운 것들을 먼저 만드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굳이 사람 많은 동네, 좋은 동네는 필수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접촉이 많은 빽빽한 아파트보다, 자연을 누릴 수 있는 한적한 단독주택이나 근교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제는 물러설 방법이 없기에 함께하는 방법만이 살길이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마스크 와이어를 콧잔등에 꾹 눌러쓰고, 소독제를 달고 살아야 한다. 문득 마스크를 내리고 공기를 마시면 세상 공기가 이렇게 맑았다는 사실에 현 상황이 얼마나 암울한 상황인지 깨닫게 만든다.
그러나 암울함에만 갇혀 있을 때가 아니다. 코로나의 종식을 기다리기만 하며 공부하지 않는다는 건 위기를 알면서도 준비하지 않는 태도다. 약 3년 뒤,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자.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모습일 거라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건 당장의 현재가 아닌, 그 이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