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자들이 단순한 이유

뇌의 두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by 윤수빈 Your Celine


오늘 다뤄볼 책은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이다.


이 책에서는 인간의 뇌과학에 기초하여 구매로 일어나는 감정의 원인과 마케팅 기법들을 풀어낸다.

'뇌'가 핵심 키워드긴 하지만 '마케팅'과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무조건 추천한다.


15510866.jpg?type=w150&amp;udate=20210301





남자들은 단순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문장이다. 여기에 '난 아닌데? 완전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생명첸데?'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당연히 존재한다. 뇌 과학에 기초한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평균치를 의미한다. 예외는 분명히 존재한다.



남성 호르몬 = 테스토스테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수가 알고 있는 정보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사고방식이 다른 이유는 뇌의 전두엽 두께가 다르기 때문이다.

두께가 다르다고? 같은 인간인데? 이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테스토스테론은 특히 좌뇌에 영향을 미치며, 좌뇌의 신경세포 결합을 감소시킨다. 이런 작용으로 테스토스테론이 우세한 남성의 경우보다 단순하고 낙관적인 사고를 한다. 그런데 양쪽 뇌는 결손 부분을 상쇄시키려는 경향이 있어 좌뇌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우뇌가 조금 더 강하게 발달한다. 그 결과 여성의 전두엽 두께가 양쪽 모두 똑같은 반면, 남성의 경우 왼쪽 부분이 얇고 오른쪽 부분은 조금 더 두껍다. (p198)


학창 시절 내가 가장 괴로웠던 건 '기상'이었다.

아침잠이 턱없이 부족했다. 매일의 미션은 가장 많은 아침잠을 확보한 후에 같은 시간에 등교 준비를 마치는 것이었다. 야속하게도 나는 알람을 잘 못 듣는 편이라 매일 다른 시간에 일어났다. 눈을 뜬 순간 현관문을 나갈 때까지 시간을 계산했다. 씻으면서 동선을 계산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교복을 갈아입고 아침밥을 먹으면서 책가방을 쌌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즉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는 것이 포인트였다. 가족들의 동선도 있었기 때문에 매일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단지 나의 잔머리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때를 떠올려본다.

숙제를 못해서 남은 아이들이 있었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은 정해진 시간 내에 밀린 숙제들과 시험공부를 분배해서 활용했다. 조금이라도 덜 혼나고 싶어서겠지만. 남자아이들은 대다수 하나를 마칠 때까지 다른 걸 할 생각을 안 한다. 하나를 마치고 나면 "선생님 뭐 하라고 하셨죠?"라고 물어본다. "그걸 왜 안 했어!"라고 다그치면 "하나씩 알려주셔야죠 한꺼번에 말씀하시면 어떻게 해요ㅠ"라고 답했다.


남성은 일상생활에서 1차원적으로 사고하고, 질서나 체계를 부여함으로써 세계를 단순화시키려 한다. 남성은 한 번에 하나씩 단계별로 사고하는 '스텝 싱커'다. 반면 여성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웹 싱커'다. 여자들이 복잡한 이유, 남자들이 단순한 이유는 사고의 흐름에 있다.


지배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동인인 테스토스테론은 감정적인 체험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무언가를 하도록 재촉하는 한편, 낙관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남성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것을 사고 과정에서 제외하고, 단순한 인과성을 신뢰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구매 결정 과정이 신속해진다는 장점이 있으나 중요한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놓친다는 단점도 있다.




올리브영에 가상의 인물 '지훈'과 '수지'가 쇼핑을 하러 간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지훈은 올리브영에 왁스를 사러 왔다.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물건들에 거부감이 든다. 머릿속에는 '빨리 왁스를 찾아야 함' 하나로 가득 차있다. 빠른 걸음으로 올리브영 매장을 탐색한다. 한 바퀴를 돌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빼곡하게도 차있는 모습이 머리를 아프게 만들 뿐이다. 한 바퀴를 더 돌아본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는 지훈에게 친절한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고객님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


지훈이 답한다. "왁스는 어디에 있나요?"


다정한 말투로 직원이 대답한다. "오른편 위에서 두 번째 칸 보시면 왁스 다섯 종류가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훈은 왁스를 찾아서 기쁘다.


다섯 종류? 1+1이 보인다.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인데 1+1이라니, 안 살 이유가 없다. 곧바로 계산대로 향해 계산을 마치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올리브영을 나선다.




수지는 헤어 미스트를 사러 왔다.


처음 와보는 지점이지만 스윽 둘러보며 헤어 코너가 있을만한 곳을 예상해 본다. 저쪽에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헤어 코너로 가는 길까지 천천히 상품들을 둘러본다. 친구가 추천한 아이섀도, 색이 예쁜 신상 립스틱, 요즘 핫한 연예인이 광고하는 건강제품 등 구석에 있는 제품들까지 눈으로 훑어본다. '요즘 이 색깔 립스틱 거의 다 써가는데..'라고 생각하는 중에 직원이 다가온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세요?^^"


수지가 답한다. "아 네..! 촉촉한 립스틱 중에 이런 컬러 있을까요?"


이에 직원이 환한 미소로 답한다. "이 제품은 어떠세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품인데 피부도 하얀 편이시라 고객님이랑 너무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정말요..? 색깔 너무 예쁘긴 하네요."


수지와 직원은 코랄 립스틱을 주제로 3분간 수다가 이어간다. 수지는 립스틱 1개와 헤어 미스트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친절한 직원분은 계산대 앞에 놓인 세일 상품을 추천한다. 잠시 고민하지만 두 개만 구매하겠다며 세일을 거절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올리브영을 나선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의 강한 영향을 받는 남성은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것을 살피지 않는다.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두뇌 질서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상품 진열대를 대충 쓰윽 훑기 때문에 차근차근 살펴봐야지만 찾을 수 있는 작은 상품들을 쉽게 놓친다.


남성들은 '라지 스케일 네비게이터'다.


다시 말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사물을 대충 보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장담하는데 처음 가본 마트에서 남성과 여성이 특정 물건 찾기 내기를 한다면, 그 게임의 승자는 여성일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 남성들은 '정돈된 확고한 사실'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개방적이고 환상을 자극하는 제품 설명에 끌린다. 동시에 여성들에게는 사회적인 요소와 의사소통에 관한 요소가 근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절한 말투와 여심을 사로잡는 칭찬으로 경계심을 풀어내고 친근감을 만들었다.


값비싼 물건을 사기 위해 큰 금액을 지출할 경우 남성은 전체 비중의 70퍼센트를 제품에, 그리고 30퍼센트를 판매원에게 집중한다. 여성은 완전히 다르다. 상담과 설명을 해주는 판매원과의 감성적인 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물건을 구입한다. 예시로 든 올리브영은 값비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자동차, 고가의 패션용품 등을 구매할 시에는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또한 공개된 사실을 선호하는 남성은 테스트 보고서, 잡지, 체계적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반면 여성은 다른 여성 지인들에게 해당 제품이나 업체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을 묻는다. 입소문이 무서운 이유다.




더해서 이러한 질문의 답도 가능하다.


-냉부해(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은 왜 모두 남자였을까?

-천송이는 왜 자가용에 붕붕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모두 뇌과학에 답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