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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Jan 13. 2022

이제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밉지 않습니다

측은함을 안다는 것

'아 담배냄새...' 

거리를 걷다가 매캐한 담배냄새가 코를 찌르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 범인을 찾아내려 괜히 두리번거렸다. 나의 불쾌함을 잠시라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나에게 담배 냄새란, 종류는 모르겠고 하여튼 코 끝에 닿는 순간 멀미가 날듯한 역함과 메스꺼움을 동시에 주는 아주 지독한 연기 따위다. 왜 저런 걸 돈 주고 피는 건지, 그것도 이동이 미친 듯이 빠른 기체를 풍기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폐가 썩어 들어간다고 징그러운 스티커를 붙이며 나라가 나서서 외치는데도 굳이 굳이 피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그게 흡연자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돈 주고 몸을 망가뜨리고 주위에 피해를 주는 사람들. 그런데 살다 보니 그들의 담배연기를 오래도록 바라보게 되는 날도 있었다.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담배를 피우는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씁쓸한 마음들을 연기로 내뿜는 듯했다. 중독이라는 헤어 나올 수 없는 길에 빠져 무의식적인 행위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담배를 태우기 위한 타이밍은 고된 순간에서 벗어나고픈 순간일 거라 생각했다. 


몇 년 전, 삼수 학원에 들어가 있는 친구가 다시 흡연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냥 건강 망가진다는 이유로 말리기엔 그에게 이루 말하지 못할 답답함과 서글픔이 있었다. 그가 말하길, 재수학원 옥상은 높은 철창으로 막혀있는데,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은 빽빽한 흡연자들 사이로 연기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건물을 나가지 않은 채 좁은 공간에 모여 서로의 담배연기를 마시는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떤 친구는 농담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사실 연기를 보기 위해 피는 거라고. 매우 오글거리고 공감하고 싶지 않은 유치함이다. 그러나 속에 있는 응어리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시적인 쾌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끄덕이게 되었다. 


아무렇게나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게 아니다. 여전히 흡연 금지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괜히 쏘아보는 눈빛을 보내곤 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공격당한 담배 냄새에 순간의 기분이 일그러지는 사람들을 위해 일말의 양심의 가책 같은 거라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무조건 경멸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그들의 삶의 무게에 측은함을 느끼며 같은 어른이 되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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