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름이 같은 건
평일 낮 시간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인문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하루마다 다른 과목을 정해 과학, 체육, 음악, 사회, 미술, 진로 등 여러 분야의 수업을 준비했다. 본관 건물 1층에선 저학년부, 2층에선 고학년부를 진행했다. 나는 저학년부 담당이었다. 저학년부에서는 준비한 수업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준비한 것들이 100% 이뤄지지 않을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직 라오스어도 서툰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의 문제와 더불어 한창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 이들을 통제하기엔 우리의 능력이 부족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아이들은 예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놀이 위주의 수업을 새로 구성했다. 2일 차는 풍선 놀이, 색종이 모자이크로 국기 만들기를 진행했다. 다행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예체능 수업을 좋아했다. 캐스터네츠를 만들고, 율동을 배웠다. 하루는 만화경을 만들었는데, 하루 종일 만화경 안만 들여다보는 아이들이었다.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넋이 나가긴 했지만… 주말 동안 체력을 보충했다.
라오스에서 정말 예뻐했던 아이가 있다. 괜히 더 마음이 가는 아이.
(작가의 본명은 수빈이다.)
라오스에서 같은 이름을 만나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
우리는 여기 있는 동안 이 아이를 "(싸이)쑤빈아~"라고 불렀다. 그러면 꼭, 아직 삐뚤한 앞니들로 개구진 미소와 함께 돌아보곤 했다. 나는 아직도 단원들한테 "싸이쑤빈!"으로 불린다. 그럴 때마다 쑤빈이가 보고 싶다. 연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아기였다. 둘이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 '투수빈'으로 불리기도 했다. 쑤빈이는 애교가 많아 마주치면 안기고 카메라를 보면 포즈도 척척 바꾼다. 마지막 날, 헤어지기 직전 두 눈썹을 시무룩하게 만들곤 입술을 삐죽였던 그 표정이 아른거린다.
라오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꼭 보고 싶은 아이가 한 명 더 있다.
우리 너이. 너이는 한국 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순하고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웃는 것도 어쩜 그렇게 예쁜지. 내 손을 자기 키로 내리 끌어 눈높이에 맞추더니 내 두 볼을 작은 두 손으로 조심스레 만졌다. 예뻐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그런 너이가 나도 예뻤다. 그 뒤로 너이는 나를 따라다녔다. 캐스터네츠 춤을 출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를 따라했다. 뭐든 열심히 하고 자랑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언어가 달라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웠다.
이름표에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한국어로 써주자, 내 이름표에도 써주겠다며 다섯 명이서 바닥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서툰 라오스어를 써주었는데 나도 알아보지 못해 그대로 붙이고 다녔다. 다음 날 본관을 지나가던 길에 만난 고학년 아이들이 잘못 써졌다며 고쳐주었다.
그때의 고민했던 얼굴들이 떠올라 한 번 더 귀여웠다.